공유하기
입력 2002년 4월 1일 17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태평양의 고급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진수 과장(사진)은 “마케팅은 출산과 육아”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입사 후 10년 간 화장품 마케팅을 해왔다.
“화장품이나 향수, 패션 제품 등 감각적인 요소가 있는 제품은 ‘번뜩이는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치밀한 시장 조사에서 만들어져요.”
화장품은 의외로 시장 변수가 크지 않아, 조사가 철저하다면 예상 외의 손실이나 대박은 많지 않다는 것. 태평양은 정기적으로 2000명가량의 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종류, 크림을 바르는 횟수,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의 개수 등을 조사한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상 2년 전부터 전문 조사기관을 통해 리서치에 들어간다.
“설화수의 제품 컨셉을 ‘한방 화장품’으로 잡은 후 2차 소비자 조사를 했더니 ‘피부에는 좋을 것 같지만 색조를 화사하게 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보석 성분을 추가하기로 했죠.”
여러 보석 중 옥 산호 호박을 최종 후보에 올리고 입자화 실험, 분말 조합 실험 등을 통해 효능 테스트를 했다. 미네랄을 얼마나 오래 보유하는지, 원적외선을 얼마나 방출하는지 등을 실험한 후 옥과 산호 2가지로 결정됐다. 설화수의 17가지 제품에는 한방 성분인 ‘자음단’과 옥, 산호 성분이 들어있다.
“화장품 마케터가 되려면 ‘미적인 감각’만으로는 부족해요. 오히려 냉정한 시장 판단력, 통계 수치 등을 읽어내는 등의 수리적 능력, 기본적인 화학 성분 조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학적 지식이 필요하죠.”
전 과장은 색채 학원을 4개월간 다녔고,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통계학기초, 경영마케팅학 등을 배우고 있다. 현재는 화학 등의 과목을 포함한 ‘향장학’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설화수는 87년 선보인 한방화장품 ‘설화’가 모체. 10년 후인 97년 ‘설화수’로 리뉴얼됐으며 현재 미국 남미 캐나다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