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빅6' 광고대행사 CEO 경영철학과 전략

  • 입력 2002년 2월 18일 19시 45분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광고시장을 둘러싸고 광고대행사들간의 경쟁이 뜨겁다.

올해 광고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2000억여원에서 6조원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백명의 아이디어맨을 직원으로 거느린 광고대행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떤 전략과 철학을 가지고 경영을 할까.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이자 광고업계 ‘맏형’격인 제일기획 배동만(裵東萬·58) 사장은 “광고회사의 자산은 사람이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는 일이 곧 광고회사의 가장 큰 연구개발(R&D) 투자”라고 믿는다. 끼로 뭉친 ‘광고쟁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광고회사 CEO의 역할이라는 것.

지난해 3월 제일기획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만든 ‘파란(破卵)마당’ 제도도 이런 신념에서 나왔다. 사장과 직원이 한 달에 한 번 넥타이를 풀고 서류없이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회의 방식. ‘알을 깨는 변화와 혁신’이 이 자리에서 이뤄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장급 직원이 15명씩 돌아가며 참가하는데 가벼운 연예가 이야기에서부터 경기변동과 광고비의 상관관계 등 업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1시간반 동안 깊이있는 토론이 이어진다. 배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직원들의 제안에 대해 1주일 이내에 의사결정을 내려 경영에 반영한다.

LG애드 이인호(李仁浩·60) 사장은 우수 직원들을 표창할 때 수상자가 단상에 오르도록 하고 자신은 단하에서 상을 준다. 광고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이라는 생각 때문.

광고 대행사의 최대 자산은 ‘창의력(Creative)’이라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광고회사 CEO는 유능한 일꾼들이 마음놓고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년 여름에는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장실 크기를 3분의 1가량 줄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광고업계 사정이 나빠진 점을 고려해 사장부터 솔선해서 경비 절감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한 것.

직원들은 긴축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했지만 제작과 관련된 비용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 사장은 “당장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다고 제작비를 줄이면 제작진의 창의력이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 광고의 품질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금강기획 채갑병(蔡甲秉·60) 사장은 1983년 금강기획의 창립멤버로 광고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한국 광고업계의 터줏대감이다.

채 사장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열린 의사소통을 가장 중시한다. 그의 경영 키워드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 창의적인 사고는 창조적이고 유연한 조직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부국장제를 폐지하는 등 직제를 단순화시켰다.

딱딱하고 형식적인 월례조회를 폐지하는 대신 매월 직원들에게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투명하게 알려주는 e메일을 보내고 있다. 사내식당에 있던 임원지정석을 폐지하고 자신은 물론 모든 임원들이 직원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

대홍기획 김광호(金光鎬·54) 사장은 직원들을 동생처럼 대한다. 연말 우수사원 시상식도 형이 아우에게 선물을 주는 분위기다. 상을 받는 사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직원들과 격의없는 회식자리를 갖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업무에서만큼은 철저하다. 조직원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을 프로답게 처리할 때 조직의 역량이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프로경영’이라고 표현한다.

1970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현재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옴니콤그룹의 소속사인 TBWA코리아는 98년 12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약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 5위로 급부상했다.

TBWA코리아 사장은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키스 스미스 아시아퍼시픽 회장이 겸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최창희 부사장이 총괄 경영을 맡고 있다.

최 부사장의 경영이념은 ‘Change the Rules’, 즉 ‘틀을 깨라’는 것. 기존의 관행이나 상투적인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아 창의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독립광고대행사 웰콤의 박우덕(朴雨德·51) 사장은 매출 목표를 내세우는 법이 없다. 매출이나 순익 등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한 회의도 없다.

코래드 국장 출신으로 1987년 웰콤을 설립한 박 사장은 “웰콤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크리에이티브”라는 말로 자신의 경영이념을 표현했다.

이런 박 사장의 신념 덕분인지 웰콤은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 총 5개 공개경쟁 프리젠테이션(PT)에 참가해 매번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는 기록적인 성과를 올려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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