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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7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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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체인 (주)글로윈 오정수(吳正秀·39) 사장이 그런 경우다. 오 사장은 자신이 기획재경부장으로 일하던 한 섬유업체가 97년말 부도가 나자 졸지에 실업자가 된 부하직원 50명과 함께 98년4월 글로윈을 설립했다.
“같이 실업자가 된 우수한 동료들이 안타까왔습니다. 회사 부도로 빛을 보지 못한 패딩(padding·인조 솜)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도 있었죠”
글로윈의 성장은 눈부시다. 설립 첫해인 98년 88억원으로 시작한 매출액은 올해 565억원으로 늘어났다. 창립초기 1개에 불과했던 공장은 국내외를 합해 6개로 증가했고 직원수는 50명에서 2500명으로 늘었다.
1이 회사는 현재 패딩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베트남과 미안마에서 패딩 침구 분야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등 해외에서도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초고속 성장 비결에 대해 오 사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화학회사인 듀폰 라이센스를 얻고 베트남의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운이 따랐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드시 운때문만 아닌 것같다.
그는 “최고 경영자는 큰 방향만 잘 잡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관리자의 몫이지요”라고 강조했다.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평소에 직원들에게 자상하지만 회의 때는 냉철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해 회사에서 ‘두 얼굴의 사나이’로 통한다.
오 사장은 과거 직장에서 일할 때 자신만큼 열심히 일하는 임직원이 드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장이 되고부터 경영자의 고심을 이해하게 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 생각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사장은 직원보다 2배 이상 고민하고 일해야합니다”
그는 섬유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업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면 섬유만큼 유망산업도 많지는 않다는 것.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임금이 싸고 노동력도 우수합니다. 한국은 영업력과 기술,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요. 둘을 결합하면 섬유산업의 장래는 밝습니다”. 오 사장은 29일 올해 종무식을 가진 뒤 오사장은 베트남으로 떠난다. 내년 1월2일 현지에서 시무식을 갖기 위해서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