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27일 17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곳은 그동안의 ‘인위적인 벤처타운’에서 자생력과 생명력을 가진 하나의 ‘생태계’로 변모해가고 있다.
▽전입 업체 줄지어〓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둘러싼 840만평의 벤처밸리에는 지금도 새 전입업체가 끊이지 않는다. 도담시스템스가 경남 사천에서 왔다. 김포 등 수도권과 서울에서도 벤처기업들이 이곳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덕밸리 주변의 고급 인적자원과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벤처 생태계의 형성〓기존의 첨단기술력 위에 경영관리 마케팅 등의 ‘비즈니스 기능’이 결합되고 있다.
곳곳에 ‘클러스터(산업공동체)’가 형성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 바이오벤처 기업 14개가 같이 입주해 있는 ‘대덕 바이오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인바이오넷(대표 구본탁)이 사옥을 제공한 이곳에서 입주 기업들은 이웃 업체들과 장비를 공동이용하고 연구작업을 함께 수행한다. 예를 들면 툴젠은 옆 사무실의 제노텍이 갖고 있는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다.
‘저변의 네트워크’도 속속 형성되고 있다. 반도체모임 보안모임 홍보모임 등이 결성된 것. 대덕밸리 마라톤과 호프데이 송년회에서도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서로 어울렸다.
이 같은 ‘벤처 문화’도 무형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95년 40여개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이후 지금까지는 인적자원과 입지 조건을 활용하려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에 의한 인위적 외생형 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스스로 움직이는 체계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오늘보다 내일’〓반도체 전 공정장비 제조 벤처기업 지니텍은 10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에 수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오디티 지씨텍 시뮬라인 등도 상당 물량의 수출 계약을 했다.
아직은 적은 액수지만 성장률은 가파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벤처밸리는 대전 경제의 ‘희망봉’으로 불린다. 택시운전사에게 벤처기업 사무실을 대자 정확히 알고 있을 정도로 대전 시민들도 벤처밸리에 내심 상당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벤처밸리는 ‘장래형’이지 ‘현재형’은 아니다. 대전시도 당장 세수 수입을 바란다든가 하는 성급한 계산은 하지 않고 있다. 꾸준히 지원하다 보면 몇 년 후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전시가 이렇게 벤처 지원을 하는 동안 공무원들의 문화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이택구 기업지원과장처럼 ‘전혀 공무원 같지 않은’ 벤처형 사고방식의 공무원들도 볼 수 있다. 이 과장은 “시가 벤처밸리를 ‘조성’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스스로 형성되게 지자체는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덕벤처밸리는 벤처기업 자신들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까지도 변화시키면서 거대한 황금알로 서서히 ‘부화’하고 있다.
<대덕〓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