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勳전의원 “아내 우울증…우발적인 일” 해명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08분


‘1988년에 어마어마한 돈 상자를 김홍일(金弘一)씨에게 전달했다’는 박정훈(朴正勳) 전 의원의 부인 김재옥(金在玉)씨의 폭로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월간조선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대우 직원들이 세 차례에 걸쳐 돈이 가득 담긴 사과상자를 우리 집에 놓고 갔으며, 우리가 연락하면 김홍일씨가 한밤중에 돈 상자를 찾으러 왔다. 서재를 가득 채울 정도여서 돈 냄새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밝힌 데 이어 “2탄, 3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우리 집을 통한 것은 세 번뿐이지만 대우에서 전달한 돈은 더 많았다. 97년 대선 때 전달된 거액의 자금을 비롯해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있다”며 이 같은 폭로가 남편 박 전 의원이 작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데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고(故) 박세경(朴世徑) 변호사의 아들인 박 전 의원은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대우 상무를 거쳐 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의 전국구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5대 때는 전북 임실-순창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됐으나 줄곧 김상현(金相賢) 전 의원과 함께 비주류 노선을 걸었다. 이로 인해 작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

박 전 의원은 19일 해명서를 통해 ‘14대 때 전국구 공천 헌금 23억원을 냈으며, 이 중 20억원은 김우중 회장이 준 것’이라는 부인 김씨의 폭로도 사실임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다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국구 후보자들이 어려운 야당 살림에 도움을 주고자 갹출했던 것이 전국구 헌금이었다. 그런 관행을 들어 (전국구 헌금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지만 당시 전국구 헌금이나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은 야당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또 “아내의 행동(폭로)은 나와 전혀 상의 없이 이뤄진 우발적인 일이다. 아내는 내가 작년 공천에서 탈락한 뒤 충격을 받고 우울증 증세를 보여 왔다”고 해명했다.

▼野 “파장줄이려 액수 축소”▼

이에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부인의 폭로 파문이 커지자 박 전 의원이 파장을 줄여보려고 액수를 줄여 발표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번 사건으로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발언이 명백한 허구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김 대통령도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돈의 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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