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국에서 맥못추는 세계기업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9시 14분


핀란드의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전화 3대중 1대가 자사제품일 정도로 해당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기업이다. 그렇지만 한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도 채 안될 만큼 맥을 못추고 있다.

모토로라 역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7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그러나 이 회사의 상반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95년 모토로라에게 뒤집기를 성공한 뒤 올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로 치솟았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우량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인의 체질과 정서에 초점을 맞춘 일부 한국제품에 밀리기 때문이다.

조진호 삼성전자 애니콜마케팅 그룹장은 “애니콜은 디자인 제품 마케팅 모두 철저하게 한국인에 맞췄다”며 ‘애니콜 판매 신화(神話)’의 비결을 설명했다. 가령 손이 큰 서양인들에게는 휴대전화의 크기가 그리 문제되지 않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부분. 광고컨셉도 ‘한국 지형에 강하다’로 정했다. 평탄한 지역에 맞는 외국제품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패스트푸드시장을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에 넘기지 않은 곳은 한국과 필리핀 단 두곳 뿐. 롯데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세계 1위인 맥도날드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롯데리아는 성공적인 ‘수성(守成)’의 이유를 한국적인 맛의 개발에서 찾았다. 92년 개발한 ‘불고기버거’에 이어 ‘불갈비버거’ ‘김치버거’ 등 서양식 햄버거와 한국적 맛을 조화시키는 퓨전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설명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한국적 메뉴로 성공을 거두나 다국적 패스트푸드 점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며 “업계 최초로 700호 점을 넘는 등 다점포화와 한국적 맛의 개발이 1위 자리를 지키게 했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 월마트도 국내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세계 1위 기업. 98년 8월 ‘가격전쟁’이라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에 진출한 월마트는 결국 신세계 이마트 등 국내 할인점에게 ‘밀렸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鄭然昇)연구원은 “월마트가 아시아시장쪽에서는 약한 편이긴 하나 역시 현지화가 미흡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고전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인구가 밀집해 더욱 세밀한 고객 마케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시장 표준만으로는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성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모토로라측은 “세계시장에 투자하느라 한국시장을 상대적으로 등한히 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만도 3개 점을 오픈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외부에서는 조용한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맥도날드 측도 “롯데리아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출발했다”며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이헌진·문권모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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