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무역협회 전문가 설문]내년 한국경제?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18분


▼경기 기상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각계 경제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내년 경기 전망도는 ‘흐렸다가 차차 갬’이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는 호전되겠지만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인식이 많았다. 올해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선진국의 경제 침체’가 쉽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회복의 길목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도 만만찮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선거와 지방 선거, 중국의 산업 경쟁력 급부상 등은 국내 경제 주체들이 쉽게 관리할 수 없는 외부요인으로 지적됐다.

▽조기 경기회복에는 회의적〓국민과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까’라는 질문에 무려 78%(39명)가 ‘내년 하반기 또는 2003년 상반기 이후’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올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성장률 2.5%보다 불과 0.4%포인트 높은 2.9%에 그쳤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내년 2·4분기(4∼6월)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돼 연평균 4%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측 전망보다는 크게 우울한 것이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5일 민간 경제연구소장 5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이 3.5∼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는 정부측 설명과도 차이가 커 실제로 내년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액은 65억∼70억달러로 올해 전망치인 90억∼100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경제 외적인 불안 요인도 곳곳에〓이번 조사에 응한 경제 전문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내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대선을 앞둔 경제정책의 추진력 약화와 정치불안’을 꼽은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여야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에서 벗어나거나 현실성이 약한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의 9·11테러 사태의 여파가 길어지고 특히 최근 들어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지연’(23.6%)도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혀 여전히 ‘해외발(發) 악재’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노사문제 물가 환율 등에 대한 불안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걱정〓이번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한국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산업의 경쟁력이 3년 전과 비슷하거나(60.0%) 약화되고 있다(36.0%)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앞으로 3년 뒤에도 현재와 비슷하거나 약화될 것(66.0%)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개선될 것(34.0%)으로 보는 시각보다 많았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46%)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자율성 강화’(28.0%) ‘신산업 육성’(16.0%)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10%) 등의 처방이 제시됐다. 한국경제와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응급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추진하되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52.0%)는 찬성론과 ‘경기침체를 고려해 논의를 미뤄야 한다’(48.0%)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섰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이렇게 풀자▼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경제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정책과 관련해 ‘객관식 조사’와 ‘주관식 조사’를 함께 실시했다.

4개의 답변을 예시한 객관식 조사에서는 ‘신산업 육성과 신기술 개발 지원’이 46.0%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고 이어 수출진흥(26.0%) 내수진작(18.0%) 설비투자 촉진(10.9%) 순이었다. 단기적 경기회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한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에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규제완화 등을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따로 의견을 밝힌 30명 중 과반수(16명)가 “구조조정 작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렸다.

기업 금융 공공 등 모든 부문의 동시적 포괄적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먼저 하면 기업들은 따라온다(민병균 자유기업원 원장)’는 ‘선(先) 공공, 후(後) 기업 구조조정론’도 눈에 띄었다.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시장 자율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견해가 일치했다(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 등). 즉 ‘시장 기능 중심으로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김광두 서강대 교수)’하자는 것이다.

기업활동 의욕을 북돋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규제완화’는 기업인들이 주로 지적했으나 학계와 연구소 인사들도 상당수 공감했다.

오동휘 동원경제연구소 사장 등은 법인세율 인하와 정비 등의 의견을 내놓았고 박재준 서울외환중개 사장은 “생산능력 확장보다 기술개발·합리화에 역점을 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의 정치논리 배제 및 정치불안 해소(예종석 한양대 교수 등)와 노사안정(이수호 LG상사 사장) 등 정치권과 노동계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설문에 참여해 주신분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경제 진단 및 전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각계 경제전문가 50명을 설문 대상자로 선정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은 다음과 같다.(명단 게재는 분야별 가나다순)

▽학계(11명)

김광두(서강대 교수)

김도형(계명대 교수)

김병주(서강대 교수)

남종현(고려대 교수)

박노형(고려대 교수)

신황호(인하대 교수)

이승영(동국대 교수)

이영선(연세대 교수)

이재웅(성균관대 부총장)

이제민(연세대 교수)

예종석(한양대 교수)

▽연구기관-경제단체(9명)

강만수(디지털경제연 이사장)

김중웅(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김창록(국제금융센터 소장)

민병균(자유기업원 원장)

서정대(중기연구원 부원장)

오동휘(동원경제연구소 사장)

이윤호(LG경제연구원 원장)

조건호(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좌승희(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민간기업(18명)

김규현(엠코코리아 사장)

김순택(삼성SDI 사장)

김형순(로커스 사장)

나종태(코오롱상사 사장)

문창규(한국타이어 부사장)

배종렬(삼성물산 사장)

변대규(휴맥스 사장)

윤영석(두산중공업 사장)

이궁훈(포스틸 사장)

이수호(LG상사 사장)

이재욱(노키아티엠씨 회장)

이호석(효성무역피지 사장)

이홍순(삼보컴퓨터 부회장)

전현찬(현대자동차 부사장)

정병철(LG전자 사장)

정재관(현대종합상사 사장)

조치근(삼성중공업 전무)

최길선(현대중공업 사장)

▽금융계(12명)

김경림(외환은행장)

김대송(대신증권 사장)

김용규(동원증권 사장)

김창부(한국신용정보 사장)

박재준(서울외국환중개 사장)

박종수(대우증권 사장)

서경석(LG투자증권 사장)

위성복(조흥은행장)

이인호(신한은행장)

이팔성(한빛증권 사장)

진영욱(한화증권 사장)

황영기(삼성증권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