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토공 통합 왜 어렵나…자산 30조 '공룡기업 꿈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41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계획은 당초 두 공사의 업무가 일부 겹쳐 비효율과 낭비가 크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두 공사 모두 조직이 방대해 효율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이 같은 명분으로 통합을 추진하긴 했지만 올들어 통합이 오히려 ‘거대 부실 공기업’을 만들 뿐이라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면 자산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해 민간과 공기업을 통틀어 5번째의 거대 기업이 된다.

문제는 두 공기업이 통합의 전제조건인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전혀 시행하지 않은데다 통합을 해도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이 4월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두 공사가 통합하면 부채가 20조6000억원으로 연간 이자지출만도 1조4300억원에 달한다. 두 공사의 1년 영업이익 합계가 65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자조차 제대로 갚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교부의 의뢰로 재무실사를 벌인 영화회계법인의 보고서도 통합시 부채가 2005년에는 31조9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도 올해 247%에서 2005년 303%로 악화한다는 것. 민간기업의 경우 3년 연속 1이 안 되면 퇴출대상이 되는 이자보상배율도 2005년까지 줄곧 1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영화회계법인 보고서 내용 중 당기순이익이 통합 후 2004년까지 나빠지다가 2005년에는 896억원 흑자로 돌아선다는 전망을 들어 통합에 따른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 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앞으로 3∼4년간 20만 가구 임대주택 건설과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 비용이 몰려 있기 때문이지 통합효과가 없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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