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 달러박스 찾아라” 대기업 각축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42분



요즘 삼성 계열사의 기획 또는 경영전략팀은 5∼10년 뒤 세계시장을 장악할 미래의 사업아이템을 고르는 작업에 매달려 있다.

올해 초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1980년대와 90년대를 책임진 반도체와 정보통신에 이어 앞으로 10년 뒤 삼성을 먹여 살릴 유망사업을 발굴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각 사 실무팀은 9월 말에 1차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이 회장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그룹 수뇌부는 제출시한을 연말로 늦추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독려하고 있다.

불황을 맞아 긴축경영에 돌입한 대기업들이 새로운 달러박스를 찾거나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업종에서는 제품의 고가화(高價化)와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첨단화 고급화로 승부〓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와 벌크선 등 값이 싼 일반선 위주에서 벗어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해양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232만GT(용적톤·선박의 크기를 재는 부피 단위)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 반면 LNG선 LPG선 등 특수 가스선은 지난해 54만GT에서 올해 181만GT로 급증했다.

대우조선 기원강 영업본부장은 “외국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특수선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환경친화형 자동차인 연료전지 차량의 상품화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차량 안에서 컴퓨터 작업과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텔레메틱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우선 에탄올 수소 청정가솔린 등 3가지 원료로 움직이는 연료전지 차량을 싼타페에 적용해 2∼3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 또 1300㏄급 월드카 엔진 개발을 내년 상반기에 마쳐 서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기술개발의 우위를 지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일명 벽걸이TV) 등 디지털 가전의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해 휴대전화단말기 애니콜과 DVD 콤보 등의 제값받기에 주력할 방침. LG전자도 PDP LCD 프로젝션 브라운관 등 4개 분야를 수직계열화한 강점을 살려 디지털TV 경쟁을 주도하기로 했다.

▽주요 그룹의 미래전략〓삼성은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와 별개로 현재 13개인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의 수를 2005년까지 3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

LG는 △디지털디스플레이 △정보통신장비 △생명과학 △정보전자소재 등 4개 부문을 10∼20년 뒤 그룹의 승부사업으로 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비의 대부분을 이 분야에 쏟고 있다. 특히 5년 안에 적어도 3개 이상의 세계적인 신약을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이동통신 사업을 이을 새로운 전략 분야를 생명과학으로 정했다. 내년 R&D 예산은 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 늘어났다.

미국의 수입규제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제철은 최근 철강수요가 급증한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포철은 현지 생산공장에 2003년까지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컬러강판,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등 고급 철강 39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기로 했다.

<박원재·신치영·박정훈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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