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광고 현지화'로 수출 쑥쑥…삼성등 해외광고제작 활기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8분


금발의 서양 미녀가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멋진 회색 승용차를 운전한다. 이때 기아자동차의 영문 로고가 화면에 살짝 등장한다.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차량은 현지에서 ‘마젠티스’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기아의 옵티마 승용차. 부자들이 찾는 이른바 ‘고급차’는 아니지만 실제로 차를 몰아보면 미국이나 유럽 메이저업체들의 승용차 못지않은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금강기획이 기아자동차의 제품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만든 이 광고는 이달 중순부터 유럽 전역에서 방영된다.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광고도 국제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해외광고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 제일기획의 해외부문 취급액은 98년 1500억원에서 올해 28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고 LG애드도 해외광고 규모가 매년 20%가량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제품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 해외광고의 목적이지만 해당국가의 문화와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CF는 해외광고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동남아 중남미 유럽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철저하게 지역 특성에 맞춰 각각 다른 내용으로 제작됐다.

행인들이 길가에 주차중인 고급 승용차 내부를 뚫어지게 구경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삼성의 매혹적인 휴대전화 디자인에 매료됐기 때문이라는게 중남미판 광고의 내용. 휴대전화가 ‘블루 아이’(파란색 눈)라는 별칭으로 팔리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순간 여인의 눈빛이 파란색으로 바뀐다는 컨셉을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2005년까지 일본의 소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올 4월부터 ‘놀라운 삼성 세계(Amazing World of Samsung)’를 주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MP3플레이어 HDTV TFT-LCD모니터 등 첨단제품의 광고에는 ‘삼성맨’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젊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LG애드는 중국에서 제품의 성능과 인간미,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두루 강조한 CF로 LG전자의 가전제품들이 현지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최근 선보인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광고는 영화 ‘쥬라기공원 3’의 일부 장면을 광고에 활용하면서 등장인물을 전원 중국인으로 바꿔 중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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