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社 주식강탈 의혹’ 고소인-검사 녹취록요지]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한나라당은 17일 벤처기업 C사의 주식분쟁사건 축소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 진정인인 박모씨와 당시 서울지검 동부지청 김진태(金鎭泰) 부장검사의 대화 녹취록 등 3건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박씨는 김 부장검사에게 자신이 진정한 서모씨를 강도상해혐의로 구속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고, 김 부장검사는 사건의 진행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박씨는 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된 지 1주일 후인 3월30일 김 부장검사와 승용차 안 및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녹취록 요지.

▽김 부장검사〓옛날부터 이런 일이 없는데 그거 참. 이 정부 들어와 가지고 깡패들이… 했는 거야. 지금 정치인들이 다 연결이 돼 가지고 말이야.

▽박씨〓이 사건에 정치인들 어디까지 돼 있어요?

▽김 부장〓정치인은 이상수가…. 현재 여당 원내총무라니까.

▽박씨〓그러면 안되죠. 원내총무까지….

▽김 부장〓내가 아주 쌀쌀하게 대했거든. 전화해도…. 전화 안 오다가 그래도 (서씨를) 조사하는 날은 꼭꼭 전화해 가지고 오늘 내보내 주느냐 이랬거든.

▽박씨〓그날 제가 박○○ 검사에게 찾아갔어요. 봉투에 10만원짜리 이렇게 100장을 딱 해가지고 갔어요. 가서 ‘명절 때도 못 찾아뵙고…’ 그랬더니 안 받으시더라고요. 답답해서 부장님 방에 들어갔어요. 가서 부장님한테 그때 그거를 드리니까 부장님도 안 받으시네.

▽김 부장〓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박씨〓그래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면요, 그 전에는 제 성의로 받아주셨는데 그날부터 저를 멀리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 거예요.

▽김 부장〓갓 끈을 매지 말라고 그랬어, 오이밭에서는…. 원래 들락거리는 것도 말이 만들어지려고 하면 오만 말이 만들어져.

▽박씨〓그날 ‘인제 언론사에 흘리라’고 그러셨잖아요.

▽김 부장〓응.

▽박씨〓그래서 박 검사가 더 열받은 거야. 그분이 열받아 가지고 수사도 안하시려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어제 가서 보니까 죄명을 그렇게 했대요.

▽김 부장〓나는 강도상해 생각도 안했고. 우리가 보는 건 폭행이야.

▽박씨〓아니, 전에는 ‘강도상해도 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부장님에 대해서 실망한 게 아니라 이 사회에 진짜 실망했어요. 그 사기꾼 벤처 하는 놈 하나 가지고 온갖 그냥 정치권이고 뭐 검찰 수뇌부 다 연루돼 가지고….

▽김 부장〓박 사장! 자리라 하는 것, 인사라 하는 게 있어. 몇억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몇백억 번다 하는 게 목표라 하면 지금 지청장하고 나는 다음 인사란 말이야. 다른 것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거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 정치권에서 끝까지 ‘노’ 하면 검사장 못되는 거야.

▽박씨〓그러면 이상수가 ‘노’ 했다고 그래서 검사장 못됩니까.

▽김 부장〓그거는 ‘노’ 하는 게 아니고 ‘노’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거야.

▽박씨〓백을 써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죠. 그렇게 중한 범죄를 갖다가 어느 정도로 백을 쓰면 저렇게 구속, 체포를 안합니까? 저도 다 파악해놨어요. 여기 수첩에 적힌 것말고도 이쪽 저쪽 뭐 청와대 비서관까지….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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