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설업 CEO는 체력이 곧 경영능력"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57분


공사 현장이 곳곳에 널려 있는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는 몸이 고달프다.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체력이 곧 경영능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 왠만하면 “건설업계 CEO는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그래도 건강이 나쁜 CEO는 드물다. 숨겨진 건강비법을 한두가지는 갖고 있다. 암벽등반, 볼링, 야채 식이요법, 달리기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도 가지가지.

삼호건설 김언식(49)회장의 몸에서 군살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볼링 덕분이다. 그는 99년까지 직업이 두가지였다. 주택업체 회장과 프로볼링 선수. 80년에 창업해 주택업체 CEO는 21년째. 그는 또 77년 프로볼링 선수가 된 이래 23년간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낮에는 ‘본업’을 해야 하므로 볼링 연습으로 밤을 새기가 일쑤였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주택사업을 하는 ‘에너지’는 볼링에서 나왔다. 김회장은 “볼링은 집중력 다이어트 심폐기능강화 등에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한 게임을 하면 달리기 15분의 효과가 있지요”라고 말했다. 도시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라는 것. 그의 볼링 평균 점수는 211점이다.

동익건설 박성래사장(59)은 ‘암벽은 종합병원’이라고 주장한다. 암벽등반은 전신운동이므로 모든 병으로부터 몸을 지켜준다는 얘기다. 암벽등반을 시작한 지 25년째. 요즘도 주말이면 인수봉을 향한다.

그는 “다른 운동은 무슨 규칙들이 그렇게 많은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암벽등반은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봉 암벽을 찾는 30대 주부들이 크게 늘었다. 박 사장은 “주부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에 암벽이 최고”라고 말했다.

‘산 사랑’이라면 동문건설 경재용회장도 지기 싫어한다. 연간 등산 횟수만 70회. 주말은 기본이고 주중에도 산에 간다. 물론 출근 전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마니산과 관악산을 찾는다. 등산하며 땀을 흘릴 때 노폐물이 가장 잘 빠진다는 게 그의 지론.

보통 건설업계과 술은 한 묶음으로 통한다. 롯데건설 임승남(64)사장은 폭탄주의 대가다. 밤 늦게 술을 마셔도 새벽같이 출근한다. 나이를 생각하면 놀랍다. 임사장은 “지병인 당뇨가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 당뇨 탓에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러닝머신에 몸을 맡긴다. 매일 자기 전 1시간 동안 달린다. 달리기로 혈당치를 떨어뜨리고 술기운도 뺀다.

금호건설 이서형(57)사장은 ‘야채수프 건강법’으로 유명하다. 이사장에게 야채수프 건강법에 관한 책을 선물받지 못하면 ‘건설업계의 비(非)주류’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 무 당근 우엉 표고버섯을 함께 다려 하루에 3∼4회 마신다. 이사장은 “피부가 고와지고 검은 머리가 새로 나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김석준(56)회장은 ‘밥 잘 먹는 것이 최고’라는 원론주의자. 함께 식사한 사람들은 반찬까지 깨끗이 비우는 김회장의 ‘식성’에 감탄한다. 그의 평범한 비법도 눈길을 끌기에 모자라지 않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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