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식 삼일회계법인 회장 "현대건설 '적당히'요구 거절"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38분


"언론이 예견한 대로 '주총시즌 회계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서태식(徐泰植·사진) 삼일회계법인 회장은 29일 '삼일 창립 30주년' 인터뷰에서 "올해 깨끗한 회계감사의 원년이 되도록 업계 리더로서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삼일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가장 많이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이다. 직원이 무려 1800명에 이른다.

서회장은 "삼일은 올해 상장기업 5개사를 비롯해 15개사에 '의견거절'을 내는 등 '엄정 회계감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삼일은 상장회사 가운데 20%만을 감사했지만 의견거절 판정은 전체 10건의 절반이나 냈다며 엄정감사 분위기를 선도했다는 것이다.

98년 흑자, 99년 1200억원 적자였던 현대건설이 '3조원 적자기업'으로 바뀐 게 대표적인 사례가 될까.

서회장은 "현대건설이 막바지까지 '1조원 적자'를 주장했으나 회계 실무진이 낸 의견을 따라 2조9800억원 적자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적당한 수준'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관행을 과감하게 깨트렸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의 적자폭이 커진 원인이 된 이라크 미수금에 대한 처리가 궁금했다. "이라크 공사대금 1조원 가운데 얼마를 받을 지는 신(神)밖에 모릅니다. 다만 회사가 어렵지 않던 99년까지는 소액 충당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난해엔 달랐습니다."

서회장은 "이라크 미수금이외에도 현대의 대북사업 손실도 대주주인 현대건설 부실로 반영하는 등 잠재부실이나 미래부실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대북사업이 성공하면 수년 뒤에는 노다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장에는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5000억원대 '기타 손실'을 포함시켰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서회장은 "현대건설이 살아날지 여부가 관점이 된 상황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영화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결과를 의식해 '준(準)실사수준'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서회장은 "최고의 회계법인으로서 삼일이 '우리 기준대로' 처리한 것도 있었지만, 영화의 실사결과 차이가 클 경우 '일부에서 삼일이 축소한 것 아니냐'는 근거없는 비난을 받게되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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