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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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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그의 용기론은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기발하면서 단순하다. 30여년간 국내 음료업계는 탄산음료, 주스, 커피 등 외국의 음료를 로열티를 주고 들여오거나 외국에서 히트한 상품을 모방해서 내놓았다. ‘음료는 외국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것. 조사장은 만약 한국에서 알루미늄 캔이나 페트(PET)병을 처음 개발됐다해도 용기안에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를 넣었겠느냐는 의문을 품었다.
서구인들이 용기를 개발한 뒤 자신들이 평소에 먹던 여러 가지 음료를 용기에 넣어보면서 실험을 거듭한 결과, 현재의 음료산업이 형성됐고 이를 수출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용기’와 ‘내용물’을 같이 수입했다는 것이 조사장의 주장. 물론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거대한 자본과 마케팅력도 한몫했지만 용기라는 형식을 수입한 나라는 내용물도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본도 이런 고정관념에 빠져있다가 80년대 들어 자신들이 평소에 마시던 차(茶)를 캔음료로 개발, 수조원의 시장을 창출했다. 조사장의 초록매실도 작년에 할인점시장에서 ‘코카콜라’를 눌러 국내 음료산업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숨겨진 시장을 찾아라〓조사장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음료용기를 개발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무엇을 넣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한국인에게 잠재된 음료에 대한 욕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렌지 커피 등 서구인들이 평소에 먹던 음료를 용기에 넣었듯이 조사장은 한국인에게 평소 친숙한 쌀, 매실, 쑥을 넣어 히트음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한국인에게 친숙한 식품이나 음료를 넣는다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초록매실에 사과주스가 들어가듯이 현대인의 입맛에 맛는 음료를 만들어야 하고 치밀한 마케팅전략도 필요하다. 조사장은 최근 동남아 중국 홍콩 일본 등 세계 15개국에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을 수출하고 있다.
과일이나 곡물은 동양 사람들에게 친숙한 음식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성공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이 콜라와 오렌지를 수출하듯이 한국도 토종음료를 해외에 팔 수 있다는 것이 조사장의 신념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