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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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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1∼2년만에 초대형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어 감자가 예정돼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를 믿고 현대건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현대건설에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까. 투자자는 회사의 재무 상황을 어떻게 살펴봐야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뒤늦게 털어낸 부실〓현대건설의 지난해 적자는 작년 1년간 발생한 부실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누적됐던 부실을 제때에 반영하지 않은 분식회계의 결과다. 이는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이라크 공사대금 미수금 5363억원 △국내외 공사미수금 5300억원 △유가증권 평가손 4100억원 △건설자재 평가손 4260억원 △하자보수비 5700억원 등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건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래서 ‘특별 손실’이라고 한다. 건설 경기 악화로 97년 이후 평균 4000억원대 영업이익이 243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재무제표를 볼 때 특별 손익을 잘 살펴봐야 한다. 미수금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느냐,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을 팔았느냐 등 영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 이익이 나거나 손실이 남으로써 당기순이익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좋다고 생각하기 보다 그런 이익이 어디서 발생했느냐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주주 소송은 가능한가〓A회계법인 출신인 한 회계사는 “92년 유엔이 이라크 제재를 시작했을 때부터 현대건설은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며 “70년대 말부터 현대건설을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변호사는 “현대건설과 삼일회계법인 두 회사 모두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10여년간 그냥 두었던 이라크 채권을 2000년에 5000억원대의 충당금으로 한꺼번에 쌓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충당금을 쌓지 않아 기업 상태를 좋아 보이게 했거나, 지난해 필요 이상으로 충당금을 쌓아 자본 잠식을 불러 감자를 초래했다는 것.
현대그룹 정몽헌회장 등 경영진 지분은 완전 감자되고 일반 투자자 지분은 시가가 액면인 5000원대까지 회복되는 5대1정도의 감자가 예상된다.
삼일측은 “올해도 현대가 20%만 쌓자는 것을 50%가 적정하다고 우겨서 가능했다”며 정확한 실상 반영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찬선·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