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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1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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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 만큼 똑부러지는 박미경 한국투신증권 마포지점장(42·사진)의 말이다. 박지점장은 증권 투신업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서울여상을 나와 77년 한국투신에 입사한 뒤 한투의 모든 ‘여성으로서는 첫’이라는 수식어를 휩쓸었다. 대리, 과장, 차장까지도 그렇거니와 첫 여성지점장의 영예도 안았던 것.
“지난해 4월 마포지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마포지점의 수신고가 340억원이었어요. 올해 2월 현재는 750억원이에요. 소규모 점포 그룹에서 지난해 말 분기실적 1위를 차지했죠.”(박지점장)
“같이 일하다보면 ‘신속 정확 알참’의 3박자를 골고루 갖췄다는 것을 금방 깨달아요. 거기다 겸손하기까지 합니다.”(한국투자신탁증권 신대식 이사) ‘처음’을 독식하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사실 그가 처음 지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주변에서는 일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영업현장을 거의 10년 가까이 떠나 홍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지점장처럼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가 없었다. 지점장은 큰 규모의 자금을 끌어와 지점의 수탁고를 늘리는게 관례가 아니던가. 또 여성으로서 ‘고객 밀착 서비스’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는 철저한 노력과 전략으로 이를 극복했다. 우선 술이나 골프 접대는 남자 직원들에게 맡겼다. 대신 자신은 고객에게 친구가 돼줬다. 중요 고객의 경우 가족의 대소사를 챙겼다. 증권업계 최초 여성지점장을 지냈던 이복례 KGI증권 영업부 부장을 찾아가 조언도 들었다. 그가 이처럼 ‘똘똘한’ 전략가라는 것은 덕성여대 회계학과를 야간으로 마쳤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4월부터 주식거래 등 본격적인 증권업무를 시작하는 박지점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새로 시작하는 업무지만 ‘제 몸에 맞는 옷’처럼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요. 누님으로 모시겠다는 둥 이상한 관심은 쏟지 말았으면 해요. 대신 우리 지점 고객으로 오시면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