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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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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국적 경영컨설팅 업체인 AT커니사가 최근 세계 1000대 기업의 임원 135명을 대상으로 ‘어느 나라가 직접투자하기에 좋은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립 일변도의 노사관계와 경영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며 “정부의 규제 개혁 성과가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한국의 순위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는 뒤진 것이지만 대만 일본 홍콩 등에는 앞선 것이다. AT커니는 응답 대상자들에게 각국의 투자유인도를 3점 만점으로 평가하도록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급격한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평균 2.0을 넘어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이 1.7로 2위, 브라질이 1.5로 3위에 올랐다. 이어 영국 멕시코 독일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캐나다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은 1.1로 17위에 그쳤고 대만과 일본은 1.0을 약간 넘는 점수로 각각 19, 20위에 머물렀다. 말레이시아는 21위, 홍콩은 24위를 각각 차지했다.
▽외국 기업의 경영애로〓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인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현 정권 출범 직후 김대통령이 “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지 3년 만에 똑같은 주문을 외국 기업인들에게서 듣게 된 것.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의회장은 “상장회사의 공고 의무나 회계 기준 등 투명성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고 모리시마 히데카즈 서울저팬클럽 부이사장은 한국의 노사문제를 타오르는 불로 비유하며 “노사문제가 안정되지 않는 한 외국기업 유치가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공식 규제건수가 1만1125건에서 7000여건으로 줄어 양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기업들은 경영상 꼭 필요한 분야에서 핵심 규제가 남아 있거나 중복규제가 여전하다고 느끼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3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60%는 성과가 있다고 답했지만 47%가 중복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재·신치영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