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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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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TSR 국제조정회의(CCTT)의 보리스 루코프 사무차장은 한국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TSR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경의선 복원을 앞두고 한국이 TSR의 가장 큰 잠재고객으로 떠올랐기 때문.
그는 “화물의 안전운송을 위해 내무부의 협조를 얻어 컨테이너 열차에 무장경비를 동승시키기로 했고 관세인하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꿈처럼 생각되던 부산∼베를린간 ‘철(鐵)의 실크로드’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 곁으로 달려오고 있다.
‘아시아횡단철도(TAR)’를 92년부터 추진하며 각국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국제기구는 방콕에 본부를 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이 기구도 최근 경의선이 복원되는 올 가을 TAR에 포함된 모든 노선에 시범적으로 컨테이너 전용열차를 운행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키로 방침을 정했다. TAR사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본다.
‘수도와 수도를 연결한다’는 원칙 아래 ESCAP가 현재 검토 중인 TAR 노선은 모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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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스토치니∼모스크바∼벨라루스(TSR)∼독일 △중국 롄윈강∼우루무치(TCR)∼카자흐스탄∼러시아∼유럽 △중국 톈진항∼몽골(TMGR)∼러시아 △북한 라진∼러시아∼유럽 △부산 광양∼한반도횡단철도(TKR)∼러시아 또는 중국∼유럽 등의 노선이다.
ESCAP은 시범운행을 통해 노선별로 거리 시간 비용 세금 통관절차 환적시설 등의 경쟁력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한반도 남단을 기점으로 하는 것은 마지막 노선뿐이나 그것은 앞의 4개 노선 가운데 어떤 것과도 연결할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이 ESCAP 사무국의 의중이 실린 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TAR사업에 가장 발벗고 나선 나라는 러시아. 이번 기회를 ‘TSR 부활’의 계기로 삼아 TKR와의 연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TSR는 값싼 해운에 밀려 운송능력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해 왔기 때문.
러시아측은 경원선이든 경의선이든 중국을 거치지 않고 두만강역에서 TSR의 하산역으로 직접 연결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남북 정상과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 철도 현대화 지원’ 등의 보따리를 내주며 강력히 요청할 것도 바로 이것.
한편 중국측도 ‘TSR의 독주’를 예견하고 이미 98년 11월 국경을 맞대지도 않은 한국과 ‘철도교류협력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동북지방 정부는 김정일―장쩌민(江澤民) 회담에서 신의주와 단둥이 경제특구 후보지로 검토됐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동북아연구팀장은 “중국은 TCR∼유럽 노선을 통해 서부 내륙 개발을, 만주횡단철도(TMR)를 거쳐 TSR로 연결되는 노선을 통해선 동북 3성의 지하자원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5년 한 해에 경의선을 통해 62만6000TEU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등지로 수송되며 통과수입으로 남한은 1억달러, 북한은 1억5000달러를 올릴 것이다.”(정부)
“아시아횡단철도는 2005년경 겨우 실용화될 것이다.”(한국복합운송협회 정영진 업무부장)
서울∼베를린 구간의 경우 TSR를 이용하면 해운(2만1747km)에 비해 거리는 절반(1만1569km)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환적시설의 부족, 국경 통관절차의 복잡함, 화물 분실 우려 등으로 철도 이용을 꺼린다는 게 운송업계의 설명.
한국수출입은행 배종렬 북한팀장도 “해양운송이 비행기 수준의 정시(定時)운송과 화물 위치추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반면 대륙횡단철도는 정보시스템의 부족으로 ‘도착해봐야 아는’ 수준이기 때문에 하주들은 아직 해양운송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TAR가 거쳐가는 국가들은 대부분 51년 사회주의권을 중심으로 체결된 국제철도운송협약(SMGS)에 가입해 있으나 유럽국가들이 국제화물철도운송협약(CIM) 체제로 서로 다른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
그런 점에서 교통개발연구원의 전일수 부원장은 “아시아횡단철도 상용화의 핵심은 철도망과 같은 하드웨어의 연결이 아니라 각국간 협의를 통해 공동의 철도운영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