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분쟁' 감정싸움 비화…당분간 타협점 찾기 어려울듯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27분


포항제철이 현대강관에 철강 원자재인 핫코일(열연코일)을 계속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포철과 현대차간 철강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포철 유병창 상무는 15일 현대강관에 공급할 핫코일 물량이 없다 며 다른 수요처에 나갈 물량을 빼내 현대강관에 줄 수는 없는 일 이라고 밝혔다. 포철의 이같은 선언은 현대강관에 대한 포철의 차별이 계속되는 한 포철제품 구입물량(가공제품)을 줄이겠다 는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의 울란바토르 발언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철강사업을 놓고 벌이고 있는 포철과 현대차그룹간 싸움은 당분간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 싸우나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3만t에 달했던 포철 자동차용 냉연강판 구입 물량을 올해는 절반도 안되는 49만t으로 삭감하겠다고 포철에 통보했다. 포철이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현대강관에 핫코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대강관이 과잉 이라는 포철의 반대를 무릅쓰고 98년 연산 180만t 규모의 냉연공장을 완공, 공급에 나선 뒤 포철이 공급을 중단한 것.

포철은 이를 냉연시장 과잉을 부추기는 무모한 일 이라고 지적하고 냉연제품 소재인 핫코일 공급을 거부했다. 포철 유상무는 국내 냉연수요가 700만t에 불과한 반면 공급능력은 1400만t을 웃돌고 있다 며 700만t이나 공급과잉인 냉연업계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 이라고 말했다.

구분생산능력생산내수판매수출 (수출비중)
1995년835831527304 (37%)
1996년1019942583359 (38%)
1999년1434 1098 602 496(45%)
2000(추정)1434 1281 695 586(46%)

▽누가 잘못인가 =현대차는 포철의 수급설명에 대해 수출등 해외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독점유지를 위한 논리 라며 냉연설비의 공급과잉을 인정하다해도 원인은 오히려 포철에 있다 고 주장했다. 포철이 97년 광양제철소에 연산 180만t짜리 냉연설비(4고로)를 건설했는데 사실은 현대가 설비발주 기준(95년3월)으로 포철(95년 5월)보다 앞서 과잉이라면 포철때문 이라는 것. 포철은 그러나 4고로 역시 과잉상태인 냉연시장의 구조조정 대상 이라며 냉연설비가 노후화된 연합철강과 최첨단 설비의 현대강관이 합병해야 한다 는 입장을 현대차측에 전했다. 현대강관은 이와관련, 냉연업체별로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면 별 문제없는 일을 왜 포철이 나서서 합병 운운하느냐 고 반박했다.

▽국제문제로 비화 =현대강관은 포철이 핫코일 공급을 거부하자 일본 가와사키 제철로부터 핫코일을 수입하는 대안을 마련했다.또 40% 지분을 가와사키와 일본 종합상사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정몽구 회장은 이를두고 포철의 방해공작 때문 이라고 비난했다. 포철은 최근 가와사키등 일본 철강업체들이 국내에 핫코일을 덤핑공급하고 있다며 일본업체들을 제소할 방침을 밝혔다. 가와사키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대한(對韓) 수출가격을 다시 인상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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