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초 이상징후]경제불안에 '달러 확보' 심리확산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03분


연초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단 달러를 갖고 있어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는 탓이다.

수출 기업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수입 기업은 결제를 위한 달러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개인들도 달러를 모으거나 외화예금을 늘리고 있다. 달러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해 연일 환율이 오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구조조정 지연 등 경제 상황이 불안해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대금 원화로 안바꿔▼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고객인 A수출기업은 지난해 매주 약 1억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왔으나 최근 들어 5000만달러로 줄였다.

서울은행 외화자금부 조성현과장도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통장에 넣어 둬 외화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말 4억7000만달러이던 외화예금 실적이 12월말엔 5억80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수입업체 결제수요 몰려▼

반면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사려고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환율이 연말로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결제를 미뤘던 상당수 수입 기업들이 달러 확보에 나섰다. 연말 들어 환율이 갑작스럽게 올랐기 때문. 실제 최근의 환율 급등은 대규모 결제 자금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외국환중개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뤄졌던 정유사 가스공사 등 대형 수입사의 결제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유학생을 둔 부모 등 달러가 필요한 개인들도 외화예금을 늘리는 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 해외이주자클럽의 이창석씨는 “지난달엔 한꺼번에 5만달러를 외화예금에 넣어 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재기' 현상은 안나타나▼

그러나 지난달 일시적으로 보이던 ‘달러 사재기’는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창구 직원들의 설명이다. 환율이 이미 너무 올라 시기를 놓쳤다고 여기는데다 아직은 추가 상승에 대해 관망하고 있다는 것.

시장에선 정부의 인위적 달러 공급이 없는 한 적어도 1·4분기에는 1300원을 오르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외환은행 이정태대리는 “정부에서 인위적 물량 공급이 있지 않은 한 환율이 쉽게 안정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외국환중개회사의 관계자도 “달러를 확보하려는 심리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