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합 박웅서사장 퇴임을 둘러싼 논란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53분


고합 박웅서(朴熊緖·사진)사장의 퇴임을 놓고 설이 분분하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99년 고합에 영입됐던 박사장이 전격적으로 경질됐기 때문.

이유는 △TV 토론에서 정부를 비난한 불경설 △경영부진에 대한 문책설 △외화유출에 대한 책임설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박 전사장은 새해 첫날 모방송사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조문제를 다루는 정부에 대해“기본이 잘못됐다. 한국에는 법률 위에 헌법,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 국민정서법 위에 떼법(노조가 떼만 쓰면 다 들어준다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인기추구 정책을 쓰지 말라는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바로 다음날 박사장의 퇴임이 확정돼 ‘불경설’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고합이나 채권단에서는 “터무니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부진해 문책성 인사를 실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합 비서실 관계자는 “TV토론은 지난해 12월28일에 녹화됐고 채권단 퇴임권고는 방영전인 29일에 받았다”며 “TV토론과 무관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단순한 경영부진 책임론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11월3일 2차 부실기업 정리당시 이미 경영부실로 판명됐는데도 이제 와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것. 전직 임직원들이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설 역시 전문경영인의 책임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박사인 박 전사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부사장을 거쳐 삼성석유화학,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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