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시장 안정대책]기업 자금난 '숨통' 기대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31분


“이 정도면 내년 3월까지는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책에 대한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역시 ‘일회성 대책’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연말과 연초의 위급한 기업자금상황을 감안할 때 ‘필요 불가결한’조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신규 대출 문 열리나〓다음주부터 시행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투기 등급 기업에 여러 은행이 신규 대출해 주는 채권을 모아 이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면 주채권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관이 CLO에 30% 가량의 신용보증을 해주게 된다.

조흥은행 박내순(朴乃淳)자금부장은 “CLO를 도입할 경우 일단 보증된 비율만큼은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고 여러 기업의 대출을 모으기 때문에 위험 분산 효과도 있다”며 “보증되는 비율만큼 위험가중자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관리에도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윤여봉(尹汝奉)자금시장팀장은 “은행들이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해 만기 연장은 해주겠지만 신규 대출은 여의치 않았다”며 “그러나 CLO를 도입할 경우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그러나 CLO가 어떤 형태로 운용될지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다음주부터 시행을 독촉해 시행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만기 부담 완화〓올해까지 돌아오는 7조9000억원의 회사채 중 1조3000억원, 내년 3월까지 돌아오는 7조3000억원의 회사채 중 1조7700억원이 투기 등급 채권. 이를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

실제 1차 채권형펀드에 편입됐던 프라이머리 CBO는 약 5조3000억원이 발행돼 투기 등급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한은 등의 평가. 이에 따라 올해까지 7조원 가량의 프라이머리 CBO가 발행된다면 투기등급 채권의 차환 발행은 가능해질 전망.

▽신용보증 보강이 관건〓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용 보증을 강화한다는 것. 즉 프라이머리 CBO와 채권담보부증권(CBO)에 모두 신용보증이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 금융기관이 신용 불안으로 자발적인 대출이나 회사채 차환 발행을 안해 준다면 정부의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이를 보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향후 서울보증보험에 8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빨리 투입되고 신용보증 여력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한은 김한성(金韓成)조사역은 “프라이머리 CBO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용보증 때문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신용보증이 이뤄지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신용등급은 투자 등급이지만 대출이나 회사채 차환이 어려운 중견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추가적인 자금시장 대책도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주은투신운용의 신세철(申世哲)상무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ligation)▼

이 증권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의 일종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부분적으로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이 지게 되는 대출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인 반면 CLO는 은행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대출받을 길이 없는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채조차 발행할 능력이 없는 투기등급 기업에 대해 은행이 자금을 대줘 자금조달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다. 금감위는 8일 은행 여신담당자를 소집, CLO를 통한 기업대출을 활성화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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