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환율방어 어떻게]"국제 투기세력 판쳐 신축 대응"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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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23일 장 막판에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두개입’을 했다. “수급상황으로 볼 때 폭등세는 지속될 것 같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불안 등 외부요인이 해소되면 급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급등이 지속될 경우 신축적으로 필요한 수급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

이날 시장에서 환율은 1190원대를 돌파했으나 장 끝 무렵 이뤄진 구두개입으로 추가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외환딜러들이 “달러 공급물량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달러를 팔겠다는 세력이 자취를 감췄다. 기다리면 더 오를텐데 지금 팔면 손해라는 심리가 팽배한 것. 대신 수입결제를 위해 달러를 매입해야 할 세력과 미리 달러를 사두려는 가수요가 겹쳤다.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상당수 딜러들은 원―달러환율이 1200원까지 올라가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개입의 시기를 놓친 감이 강하다”고 밝힐 정도.

그러나 외환당국은 아직 직접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섣부른 개입으로 빚어질 부작용 때문. 우선 대만이나 필리핀 등의 동아시아 통화가 동반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투기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귀중한 외환보유고만 소진하고 환율상승을 막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7년말 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이같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 이정태 딜러는 “외국투자세력들은 한국과 대만을 같이 놓고 보고있다”며 “대만은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외환개입을 통해 환율상승 에너지를 억눌러놓는다면 언젠가는 누적된 에너지가 분출할 것으로 보고 투기세력이 집중 공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밝힌 이날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언의 진의는 일단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보유달러를 풀게 해 간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포철 유상부회장은 “보유달러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은행 이재욱(李載旭)국제국장도 “다음 주면 수출물량 등 달러공급이 이뤄지면서 조정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혀 아직까지 강수를 둘 시기는 아님을 시사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23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으나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920억달러가 넘고 무역흑자도 매달 10억∼15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97년 외환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체이스맨해튼도 환율 급등이 곧 진정돼 연말에는 1150원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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