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미래 IT경영으로 승부 …유상부 포철회장 인터뷰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33분


항제철이 9월28일부터 ‘공기업 포철’에서 ‘민영 포스코’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기업’ ‘세계1위 철강기업’. 포철을 얘기하는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포철은 ‘국민기업’이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란 설명이 덧붙여진다.

물론 독점적인 경영에서 비롯된 비난도 적지 않다. ‘포철 공화국’ ‘영업은 없고 배급만 있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산업의 쌀인 철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산업경쟁력의 뿌리’, 그리고 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확인시킨 ‘한국 압축성장의 상징, 자부심’에 비하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이런 포철이 32년 공기업을 마감하고 민간기업으로 바뀌었으니 궁금한 게 많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공공성보다는 이익 우선으로 바뀌지 않을까, 다른 기업들처럼 이것 저것 벌이면서 재벌흉내는 내지 않을까. 민영 포스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앞선다.

포철 유상부(劉常夫)회장은 이같은 궁금증에 대해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의 자리를 다지기 위해 투명한 IT(정보기술)기업을 추구하겠다”는 말로 요약했다. 민영 포스코의 미래, 공기업 경영자에서 민영기업 최고 경영자로 변신한 1개월여의 경험과 각오등을 들어봤다.

―민영 포스코가 출발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민영화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분명한 것은 투명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생각이나 업무처리에서 고객을 우선할 겁니다. 독점적 위치에서 고객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이윤창출, 돈을 남겨야 합니다. 적정생산, 최대이윤을 추구할 겁니다”

―최대이윤이란 표현이 국민기업 포철과는 쉽게 조화되지 않는데요, 새롭게 추진할 일들이 적지 않겠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충실하자는 거지요. 보다 나은 정보와 제품,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정보기술, IT경영을 통한 세계적인 경쟁력이 목표입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7월이면 본격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질좋고 값싼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작업입니다. 현재 2시간에서 10일 정도 걸리던 것을 3분 혹은 6초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죠. 현재 수주에서 출하까지 30일 걸리던 열연제품의 공정도 14일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미 잘 팔리는 제품과 안 팔리는 제품이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 팔리던 제품이 끼워팔기 돼왔다는 얘기인데요. 이제 말도 안되는 그런 경영은 없습니다”

―경영권에 대해 걱정들이 많은데 적대적 M&A(기업합병)를 당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여러가지 방어 방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외국인 주주를 보면 32개국, 1100여 기관 및 단체인데 어느날 아침에 의견을 모아서 흑백으로 또는 국내외로 갈라지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주주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IR활동을 해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일본제철과의 지분 교환보유와 업무제휴도 적대적 M&A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신일철은 결국 국제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상대가 아닙니까.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신일철과는 이제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많습니다.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구매도 공동으로 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양사의 협력분야는 더욱 커질 겁니다”

―현 포철 경영진에 대해 교체설등이 나돌고 있는데 어떻게 듣고 계십니까.

“그런 말이 나돌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하는 얘기입니까. 그리고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지난 3년간 경영실적이 과거 30년간의 실적을 넘고 부채도 3조원이나 갚고 98년부터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한다는 겁니까. TJ(박태준.朴泰俊전총리)가 물러나니까 괜히 흔들린다느니 하는 어떤 연상과 상상력의 작용에 의해서 하는 말 아닌가요. 김만제(金滿堤)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경영진 모두 TJ맨입니다. 김회장도 포철의 기업문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권등 특정집단의 이권과 관련한 영향을 많이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하는 건데요, 어느 정권에서든 기업은 친화력과 방어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가다보면 돌도 맞습니다. 사실 여러차례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맷집이 좋아 잘 견뎌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규투자, 경영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계신지요. 민영 포스코의 미래 전략은 어떻습니까.

“포철의 주업은 철강입니다. 철강으로 세계 제일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잉여 재원을 재투자할 분야가 어디냐 하는 건데요, 포철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에너지와 정보통신입니다. 아는 게임을 할 겁니다. 축구선수가 배구해서 되겠어요. 축구하면서 그동안 터득한 발 재주를 가지고 족구를 하면 모를까, 배구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게 바로 에너지와 정보통신이라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포항공대를 활용하여 현재 70여개의 테마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 것이 언제 상용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미래의 포스코, IT경영에 승부를 걸 겁니다”

<정리〓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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