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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9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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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들은 또 어느 지역에서나 기술주보다는 금융주 제약주 등 경기방어주의 성격이 강한 가치주를 선호했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인하를 세계 증시가 상승반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계기로 믿고 고대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수익증가율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머징마켓의 주가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투자자금을 가급적 이머징마켓에서 미국증시로 옮기려 하는 성향을 보여줬다.
이상은 매월 펀드매니저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11월초 전 세계 펀드매니저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대답한 펀드매니저는 ‘팔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5명 많았다. 10월에는 그 차가 17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펀드매니저들의 한국증시에 대한 입장이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지역 전체적으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비슷했다. 반면 ‘아시아지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사람은 ‘과대 평가돼 있다’고 보는 쪽보다 47%포인트나 많았다. 저평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매입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미국 주식의 경우 ‘고평가돼 있다’는 응답이 ‘저평가돼 있다’는 응답보다 22%포인트 높았지만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훨씬 많았다. 약세장에서는 매기가 안전한 지역과 우량주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주는 사례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고 본다는 반증이다.
아시아 펀드매니저들 중 아시아지역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10월의 38%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11%로 떨어졌다. 세계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도 10월 13%에서 역시 사상 최저치인 11%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중국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74%에 달해 10월 79%에 이어 여전히 많았다. 하지만 중국 주식에 대한 순매수 비율(매수자비율―매도자비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해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겪은 중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평을 반영했다. 12개월 이후의 증시 전망은 한국과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중립, 홍콩 대만 중국에 대해서는 호전 전망이 우세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