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잡힌 경제]대외 신인도 타격 ‘제2위기’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59분


《정치권의 난기류 탓에 경제계에 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국회 공전으로 공적자금이 조성되지 못하면 금융구조조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조의 강경 움직임도 심상찮다. 자칫 잘못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이렇게 연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적자금 조성과 민생현안을 위한 각종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이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 둘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치상황과 노동운동 움직임을 대외신인도의 잣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

▽금융구조조정 지연 우려〓공적자금 조성이 늦어지면 금융구조조정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늦어도 다음달부터 투입돼야 하는 공적자금은 △한빛 평화 광주 제주 등 4개 부실은행에 6조∼7조원 △한국 한스 중앙 영남종금 통합에 2조원 △한아름종금 정리에 2조원 △보험 금고 신용협동조합 정리에 6조9000억원 △서울보증보험에 6조6000억원 등 24조∼25조원 가량.

이 가운데 가장 급한 곳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발행회사를 대신해 갚아야 하는 서울보증보험. 서울보증은 이번 공적자금을 받아 주로 대우채 및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업체 발행 회사채를 대(代)지급할 예정이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지급을 늦춰 채권자들의 항의가 거세다”며 “공적자금 조성이 늦어지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은 엄청난 자금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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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경제 또 악재…민생법안 표류 우려

▽실물경제에도 주름살〓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孫祥皓)선임연구위원은 “서울보증의 대지급을 받은 돈으로 연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은행들도 조급증이 들어 더욱 몸을 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실물경제의 자금사정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

부실은행과 종금사 정리작업도 타격을 입을 듯하다. 정부는 당초 다음달 중 부실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클린뱅크’로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에 대비할 계획이었지만 발길이 바빠지게 됐다.

▽기업구조조정도 차질〓기업구조조정도 미궁에 빠지게 된다.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멀쩡한 기업들까지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썩은 사과를 골라낼 틈도 없이 한 박스에 모두 쓸어 담겨 성한 사과까지 썩을지 모른다는 것.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멀쩡한 기업도 금융경색 때문에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리할 기업은 정리하고 건실한 기업에는 돈이 돌도록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파행과 강경 노조〓정치파행과 맞물려 노조의 강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진원지다. 19일 한노총이 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24일에는 한전노조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또 26일엔 공공부문 노동자대회가 열리고 29일 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대회를 갖는다. 내달 8일엔 한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은 것도 한보사태 기아사태 노조문제 등이 얽혔기 때문이며 여야의원들은 현재의 파행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될지 진지하게 고뇌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신연수·정경준·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국회 미처리 주요 안건

발의법안 및 주요 안건비고

여야공동

추가공적자금 동의안23일 처리예정
새해 예산안12월2일이 법정처리시한
한빛은행사건 국정조사금주중 본격조사 착수예정

민주당

반부패기본법, 근로자복지기본법, 정보격차해소법 등 제정안

법안심사 완료, 이번 회기 중 통과 추진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이번 회기 중 통과 추진

국가보안법 개정안, 인권법 제정안

한나라당

공적자금관리법 제정안민주당과 23일 처리키로 합의
관치금융청산법, 국가채무축소와 재정적자감축법 제정안

이번 회기 중 통과 추진

자민련 남북교류협력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국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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