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새국면]'청산社통한 매각' 새 불씨 우려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8분


대우차 해외매각이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구조조정 전문회사(CRV)를 통한 매각이라는 새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매각협상을 계속하겠지만 만일 지나치게 헐값을 제시할 경우 다른 대안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CRV를 통해 대우차를 처리하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이견이 있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까지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해외매각 새판 짜기〓올 9월 포드사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뒤 대우차 입찰사무국은 차선책으로 GM과 접촉했다. GM은 지난달 8일 대우차 인수를 위한 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이때부터 사실상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으로 대우차 매각논의를 전개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올 8월까지 이미 신규로 2조1700억원을 투입한 채권단은 GM이 대우차를 사가더라도 헐값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컨설팅회사인 아서 앤더슨에 대우차의 가치를 산정하도록 용역을 맡겼고 다른 한편으로는 CRV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

채권단은 늦어도 12월중에는 일단 대우차를 제외한 대우 계열사 전반의 구조조정과 매각작업을 지휘할 CRV를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GM과 매각협상을 계속하지만 GM이 제값을 제시하지 않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올 경우 CRV를 통해 대우차의 새 주인을 물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바뀌자 당초 이번 주말쯤 정밀실사를 위한 의향서를 낼 예정이던 GM도 주춤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 만병통치약인가〓그러나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CRV를 통한 대우차 매각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철강 전자 부품업체 등 산업 연관성이 큰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경험이 없는 외국계 전문 투자회사가 단순 차익을 남기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 경우 대우차 회생이 힘들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이 경우 결국 몇 년 뒤 대우차 처리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구조조정 전문가는 “해외 투자사들의 속성상 2, 3년 안에 투자 자금을 회수하려 들 것이지만 현재 대우차를 들여다보면 그 기간 안에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대우차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담보로 외국계 자본이 우리 정부에 추가 자금지원을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사인 로스차일드가 한라그룹에 10억달러를 들여와 회사를 견실화한 뒤 해외에 매각하겠다며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3조8000억원을 탕감받았으나 실제로는 2억4500만달러만 들여왔고 오히려 국내 구조조정기금으로 부채를 갚았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일단 대우차를 정상화해서 시간 여유를 갖고 매각협상을 벌여야 한다”면서도 “외국계 투자사를 끌어들이는 방법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부도처리된 이후의 대우차 매각은 ‘속도보다는 제값’을 우선하는 방향에서 다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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