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 길]"즐거움이 돈이다" 대기업은 온라인 오락시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27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이고 방향으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UC 어바인’ 대학내의 ‘이론(Theory)구역’. ‘이론구역’이란 시스코시스템스나 넷스케이프 등 미국 굴지의 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대학으로부터 장기 임차한 연구실이나 사무실이 10여동 모여있는 곳.

이곳의 한 켠 건물에 ‘스타크래프트’ ‘워 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온라인 게임 블록버스터’를 잇달아 발표한 세계적인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본사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건물 3개 층과 캘리포니아주 북쪽 실리콘밸리의 ‘연구실 별관’에 근무하고 있는 블리자드 직원은 불과 130여명. 이곳에서 전세계의 게임머들을 열광시킨 잇달아 게임들이 개발됐다고 생각하기에는 규모가 적고 초라한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등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이유가 없습니다. 게이머들에게 흥미를 주고 몰입시킬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 하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 산업입니다.”

이 회사 빌 로퍼 개발담당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94년 스타크래프트 발표 이후 매년 급성장해 지난해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블리자드를 보면 온라인 게임 등 ‘e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돌풍이 향후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e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정보통신 산업과 바이오 산업과 함께 21세기 대표적인 급성장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과 음반 방송 캐릭터 등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

인터넷 방송,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는 음악인 MP3 확산, 주문에 의한 영화 비디오 방영(VOD) 추세로의 변화 등이 대표적. 특히 전세계의 게임머 수만명이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벌이는 인터넷 게임이 ‘e 엔터테인먼트’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7500억 달러.이 가운데 인터넷 등을 통한 ‘e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2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올해는 3000억달러, 내년에 3500억달러를 넘어 수년내로 ‘e 엔터테인먼트’ 시장규모가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e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력 때문에 기존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물론 MS 등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 AOL 등 컴퓨터 통신회사, 심지어 AT&T와 같은 전화회사들까지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소니 뉴스코프 비어컴 시그램 등 6대 미디어 재벌은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 거대한 지본력, 풍부한 콘텐츠 등을 무기로 급속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터넷 업체인 인포시크를 인수해 ‘고 네트워크(Go Network)’를 설립한 월트디즈니는 인터넷 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디즈니의 콘텐츠를 인터넷과 접목시키고 있다.

올해 1월 미 컴퓨터통신업체인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선언은 사실은 ‘e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CNN 워너브라더스 카툰네트워크 워너뮤직 TNT 포춘 등을 소유한 타임워너가 온라인 미디어 재벌과 합병, ‘토털 엔터테인먼트 거인’으로 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소니도 98년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각 사업부별로 나눠져 있던 e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합했다.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 AT&T가 대주주로 있는 메이저 케이블 업체인 @홈도 지난해 인터넷 포털업체인 엑사이트를 합병해 ‘엑사이트@홈’으로 바뀌면서 오락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레드우드 시티에 자리잡은 엑사이트@홈의 커스틴 회퍼 콘텐츠담당 이사는 “단순 포털 사이트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며 모든 인터넷 사이트들이 오락기능을 위주로 한 e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 등과 마찬가지로 엑사이트 사이트에서도 게임도 하고 주문형 영화도 볼 수 있다.

90년대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오프라인 오락산업이 애니메이션 산업이라면 온라인에서는 게임 산업이다. ‘토이 스토리’(95년) 이후 오프라인 오락산업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급성장해왔다면 온라인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실시간 네트워크게임(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벌이는 것), ‘바람의 아들’(한국 넥슨사), ‘리니지(한국 엔씨소프트사)’ 등과 같은 ‘그래픽 온라인 게임(MUG)’ 등이 기존의 아케이드(기존 오락실 게임), 비디오(게임기) PC게임의 뒤를 이어 급격한 세대 교체를 이루며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인터넷 확산에 따라 온라인 PC 게임 시장은 2002년 80억달러로 미국 전체 게임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99년 전체 미국 게임시장 규모(74억달러)를 넘어서는 액수다.

특히 최근에는 PC가 없이도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발표됐으며 내년하반기에는 MS의 X박스 등이 나올 예정이어서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실리콘밸리〓구자룡기자·김상훈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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