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상묵(李尙默·구조조정전문가)P&R컨설팅 대표〓정부와 채권단이 퇴출기업을 일괄발표하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조치다. 그러나 내재적인 한계점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정책의지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거액여신이 있는 기업이 망하면 금융기관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퇴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모기업이라는 점에서 시한부 법정관리 조치는 정부가 초강수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우그룹도 이번처럼 정부가 초기에 강한 조치를 취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만 채권단이 판정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지우기 어려운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판정기준을 공개했다면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금융기관이 회생가능 판정기업에 대해 최대한 신속히 채무조정과 경영진교체를 포함한 경영혁신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된 채권단은 회사경영에 있어 기존 오너들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된 기업은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부실흡수능력을 배양시키고 대기업도 과감히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이원기(李元基)리젠트자산운용 사장〓부실기업 처리가 경찰의 일제단속처럼 이뤄졌다. 민생사범은 발견 즉시 잡아넣어야 사회가 평온한 법. 부실기업 정리도 마찬가지다.
부실기업이 나타나는 순간마다 즉각즉각 정리가 돼야 경제적인 부작용이 적다. 일망타진식이 되면 정리시점까지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경제적 충격이 너무 크다. 일제단속식 부실기업 정리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퇴출과 끊임없는 신규진입으로 경제가 활력을 얻는 시장 메커니즘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기업퇴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다지 열광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퇴출을 면한 일부 대기업들에는 더 없는 호재였지만 증시 전체적으로는 실망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계기업 문제가 앞으로도 한국경제를 괴롭힐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눈치챈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정부가 구조조정 가속화 의지를 보여줘 시장이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10개 중 이제 겨우 2, 3개쯤 풀었다고 할까. 주가의 탄력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좀 이른 느낌이다. 하지만 지수가 500 아래로 빠질 우려는 적으므로 조정 때마다 물량을 늘려나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옥성(李玉成)엥도수에즈WI카증권 서울지점장〓일단 진일보한 점은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나름대로 액션을 취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현대건설이 어떻게 되느냐’하는 문제였다. 사실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들은 현대건설의 퇴출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후유증을 부담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역시 그랬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제야 몇 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분위기를 조금 호전시켜 놓은 정도라고 할까. 이번 기업퇴출로 증시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세상승의 전기가 마련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시장 불안 등 해외변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머징마켓 투자자들은 국내변수가 호전된 특정 국가에 집중적인 매수공세를 펼치지는 않는다.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 요즘 시장상황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외국인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단기매매로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몇백억원 순매수한다고 지수가 크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이 사니까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과장된 ‘순진한’ 시각이다.
<김두영·이철용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