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유혹, 사이비 금융기관 피혜 심각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26분


서울에 사는 주부 A씨는 올 초 여고동창으로부터 연 24%의 금리를 보장한다는 솔깃한 소리를 들었다. 은행권의 연 6∼7%대 금리와 비교할 때 매력적인 금리인 데다 이전에 언론에 보도된 금융 사기꾼들이 제시했다는 연 50∼100%대 이자보다는 ‘현실적’으로 들렸다.

A씨는 동창생으로부터 “코스닥 등록예정인 벤처기업 몇곳과 경북지역 신도시 건설예정지 토지에 투자한다”는 ‘구체적’인 투자계획까지 들은 뒤에 안심하고 3000만원을 투자했다. A씨는 결국 9월말까지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못받고 있다.

상식 밖의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며 피라미드 방식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이비 금융 사기행각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2일 IMI컨설팅, 에이스퍼시픽, 월드밸류, 삼환크레디트, MBS엔젤투자조합 등 5개 사이비 금융업체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IMI컨설팅은 전국에 10개 지점까지 두고 일정기간마다 신상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통보하는 등 금융기관 흉내를 충실히 낸 경우. 월 3%의 확정배당금을 첫 3∼5개월 동안 꼬박꼬박 지불해 고객의 의심을 피해갔다. IMI컨설팅은 이미 사이비 금융행위로 구속된 다른 업체의 전화번호와 영업지점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회사이름을 수시로 바꿔 수사망을 피해왔다.

에이스퍼시픽 등 나머지 업체들도 △‘묻지마 투자’ 가능성이 높은 40, 50대 여성이나 목돈을 갖고 있는 명예퇴직자를 겨냥했고 △다른 고객을 유치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피라미드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IMI컨설팅과 다르지 않았다.

금감원은 ‘서민층에까지 번진 한몫잡기 심리’를 파고든 사기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이달 초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에 사이비 금융기관 조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10일 만인 18일 현재 조회건수는 12만여건.

금감원 관계자는 “조회건수의 10분의 1인 1만2000명 정도는 돈을 맡긴 ‘금융기관’이 사이비인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운 곳이거나, 아니면 투자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승(鄭寄承)국장은 “금융시장 불안, 저금리 기조 지속, 예금부분보장제 실시 등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파고들 분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사기에 말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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