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한파, 곳곳에 파장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벤처업계에 불어닥친 찬바람이 곳곳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초 벤처특수를 누렸던 홍보 및 광고업체들이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자금난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벤처기업들 때문에 덩달아 찬바람을 맞기 시작한 것.

서울 벤처밸리 주변에서 영업중인 벤처기업 홍보 대행업체는 200여개. 이중 상당수는 올해초 우후죽순으로 생긴 업체들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정보기술(IT)업체 전문 홍보대행사인 L사, D사는 최근 10여개의 고객사가 잇따라 “이제 홍보대행을 맡기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계약취소 사유는 ‘비용절감’.

홍보대행사인 K사의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최근 벤처기업 7개사가 홍보의뢰를 취소했으며 고객을 놓친 홍보업체들이 ‘덤핑경쟁’에 뛰어들면서 올초 월 500만∼600만원이었던 대행료가 200만∼300만원까지 낮아졌다”고 푸념했다. 벤처기업의 거품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광고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광고집행을 연기하거나 아예 계획자체를 취소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초보다 20∼30%정도 광고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기업 전문 광고업체인 톰슨디지틀KTB에 광고를 맡겼던 한 온라인금융회사는 11월초부터 TV와 인쇄매체를 통해 내보내려던 광고의 집행을 12월 이후로 늦췄다. 자금사정 악화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이유.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벤처기업의 기업이미지통일(CI)작업과 브로셔 제작 등을 하는 퓨처에셋의 신경환 사장은 “5,6개월의 작업이 끝난 뒤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작업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깎자는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증가세도 주춤해졌다. 중소기업청이 8월중 벤처기업으로 새로 확인한 업체의 수는 7월보다 100개 가량 적은 519개. 6월의 649개를 정점으로 두달째 증가세가 꺾였다.

중기청 관계자는 “경기여건의 악화 등으로 벤처기업 창업열기가 식어가고 있어 벤처기업 관련업체들도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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