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삼성전자 체질개선-긴축 돌입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8분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투에서 승리한다는 말은 기업 경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순이익 4조원을 예상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부회장)가 세계 전자 업계의 맞수인 일본 ‘소니’가 진행하고 있는 혁명적인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소니의 변화 과정을 심층 분석한 일본의 주간 다이아몬드지 7월 22일자 ‘소니혁명―그 위협과 사각지대’란 제목의 기사 전문을 번역해 ‘숙지’하도록 지시했다. A4지 20장 분량의 이 기사는 최근 일본내외에서 위협받고 있는 소니의 위상을 재점검하고 소니가 추구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비전, 최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 등을 소개한 내용.

▽남 얘기가 아니다〓삼성전자가 소니의 변신 과정을 지켜보면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비전’과 연계된 소니의 전략. 다이아몬드지에 따르면 소니는 오디오와 TV 등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력 사업인 전자 부문의 실적이 악화돼 위기에 몰렸다. 특히 정보기술(IT)분야로 사업을 이전하고 네트워크 사업 강화 등 ‘미래 준비’에 자금을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캐시 플로에 문제가 생긴 것.

이에 따라 소니는 생산공장을 재편성해 순차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EMCS(Enginee―ring Manufacturing Custom―er Service)제도를 도입하고 반도체 사업 중 설계 개발부문을 분리하는 반도체 사업의 재배치, 회장 사장 등의 호칭을 폐지하고 경영감시와 업무 집행을 분리하는 탈 일본식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수술에 들어갔다.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삼위 일체로 된 세계적 브랜드를 실천하겠다는 것.

▽긴축에 들어간 삼성전자〓평상시에 ‘지구상에 살아남은 생물은 강한 자가 아니라 적응한 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온 윤부회장은 소니가 변화하듯 삼성 역시 ‘변화’로부터 지속적인 발전의 해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D램 가격 상승과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 호조로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이 예상되지만 하반기에 설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긴축 경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건실히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변화와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좋을 때 내실을 다져야한다는 것.

삼성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2조2000억원을 전액 상환해 부채비율을 60%선으로 낮추기로 했으며 하반기 경영 목표를 대폭 수정하는 등 체질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제2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커다란 변화와 격동이 예상되는 21세기에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연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소니의 변신 과정은 삼성전자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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