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승세 9월에도 이어질까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3분


미국 나스닥지수가 8월 한달간 12% 상승해 6% 오른 다우지수에 압승을 거뒀다. 기술주 거품 논란에 경기둔화 조짐까지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한 8월초만 해도 미 증시의 주도권이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넘어가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기술주 랠리(기술주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다시 살아나면서 나스닥지수는 10일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기술주 낙관론자인 메릴린치의 제프 바렌버그는 8월 31일자 ‘세계 증시 전략’ 보고서에서 “지금 막 시작된 (미국의) 경기연착륙 초반의 6개월간은 첨단기술산업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첨단기술업체들의 실적 호조가 공존할 수 있다’는 발상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기술제품 수요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술제품 수요 증가율은 80년대말 연간 5∼10%에서 근년 들어 20∼25%로 올랐다. 반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줄곧 4% 안팎에 그쳤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올 3월 현재 경제성장률은 1.5%에 머물렀지만 기술제품 주문증가율은 20%나 됐다.

이처럼 ‘기술주도 경기에 민감하지만 경기둔화의 영향을 가장 늦게 받는다’는 소극적인 기술주 낙관론이 ‘기술주는 경기와 따로 논다’는 종전의 막무가내식 기술주 예찬론을 대체해 가는 추세다.

한편 “나스닥 상승세가 9월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자들은 “연착륙인지 경착륙인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며 경기둔화에 취약한 것은 전통가치주가 아니라 기술주 쪽”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나스닥시장 상승세의 배경을 기술주 주가의 낙폭 과대와 나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투자심리에서 나오는 끈질긴 매수세에서 찾는다.

신중론자들은 “과도한 낙관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상승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증시는 폭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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