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위기]정주영씨, 현대自지분 채권단에 위임

  • 입력 2000년 8월 2일 19시 01분


현대는 정부의 개혁 및 구조조정 요구를 대폭 수용키로 하고 우선 정주영(鄭周永)전 현대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 9.1% 가운데 6.1%를 의결권 포기각서와 함께 외환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위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온 현대차 계열 분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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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이번 주 내에 계열분리 문제에 대한 현대측의 대책마련을 요구해옴에 따라 빠르면 이번 주말 경 계열분리안과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정몽헌(鄭夢憲)현대 아산 이사회 회장은 5일 오후 귀국해 현대 측이 마련한 발표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빠르면 5, 6일 경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 관계자는 2일 “채권단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은 언제든지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정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중 3%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각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은행측에 담보를 제공하고 빌린 자금으로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해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보유 주식도 매각해 3000억원 가량을 스스로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측이 검토중인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도 이날 종전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현대차 계열분리 문제의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도 “정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보유지분 중 3% 초과부분을 채권은행에 넘긴다는 방안은 종전보다 훨씬 진전된 안이며 이 방안이 계열분리 문제의 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측은 채권단의 ‘3부자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추가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대 관계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은 이미 일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이기 때문에 퇴진이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 등 일부 계열사 경영진의 문책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자동차측도 정몽구(鄭夢九)현대차회장 퇴진문제와 관련해 “현재 현대자동차는 부실경영으로 인한 유동성의 위기를 겪지 않고 있으며 정회장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질 내용이 없으므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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