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 해설]기업구조조정 고삐 더 죈다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0분


《28일 경제장관회의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들의 결의를 연상케할 정도로 비장했다. 이날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은 초고강도의 기업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 말을 안들으면 행정제재를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까지 동원해 비리와 부당행위를 파헤쳐 처벌하기로 했다. ‘죽을 기업은 과감하게 죽이고 살릴 기업은 신속하게 살린다’는 2단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한은 올 연말까지. 》

▽전방위적 기업 감시체제 구축〓재정경제부가 제안한 상설 합동 조사반 구성안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법적 근거를 확실하게 한 다음 바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때까지는 검찰 경찰과 금감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유관기관 간에 정보교환 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추기로 함으로써 일단은 합동 조사의 체제를 갖추었다.‘힘있는 기관’들이 기업 비리에 대해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명문화한 것만으로도 기업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기업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의 역할이 주목된다. 금감위는 채권금융기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개별 기업의 부당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됐다.

경영권 분쟁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현대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 내년 2월로 종료되는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을 연장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서근우 금감위 심의관은 “합동 조사반을 어떤 형태로 설립할지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설과 비상설 중 어느쪽이 효율적인지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특별 조사기구도 계속 추진할 뜻임을 시사했다.

▽수술대에 오른 워크아웃 제도〓정부 대책은 △회생 가능한 기업은 살리되 △경영 파탄에 책임이 있는 구 경영진의 복귀는 불허하며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 대우계열 12개 워크아웃 기업의 처리방침을 9월말까지 확정하고 비대우 워크아웃 기업의 퇴출여부를 11월안에 결정하는 등 향후 처리 일정을 분명히 했다. 워크아웃을 통해 일부 기업이 되살아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최근들어 옛 사주의 경영일선 복귀 시도 등 도덕적 해이 사례가 나타남에 따라 올 연말 워크아웃 종료에 앞서 제도적 틀을 새롭게 짜려는 것이다.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채권단은 부실추가 발생 가능성에 시달리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정기국회에서 사전조정제도를 도입, 법정관리 확정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의 13개월에서 6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금융기관들이 보유중인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 주식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V)에 넘겨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소수주주권과 이사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2단계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8월중 확정해 정기국회에서 상법 증권거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 금감위공정위의 조사권과 별도로 법적으로 재벌 오너의 전횡을 견제하려는 시도다.

기업인수합병(M&A) 공모펀드를 허용해 M&A 시장을 활성화시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로 했다. 결합재무제표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리, 재벌 계열사에 대한 총신용공여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등도 재벌 개혁을 촉구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

올 하반기 기업개혁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재벌이 맞서는 형국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하반기 주요 기업개혁 일정

<8월> △ 16개 그룹 결합재무제표에 대한 적정성 감리
△ 6∼30대 그룹의 내부거래 조사결과에 대한 처리방침 결정
△ 기업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9월> △대우 12개 워크아웃 계열사 처리방침 확정
△대기업 총신용공여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회사정리법 증권거래법 등 기업개혁 관련법 정기국회 제출
<10월> △포철 한통 등 주요 공기업 부당행위 조사
<11월> △워크아웃 협약 개편
△대우 제외한 워크아웃 기업 처리방침 확정
<12월> △30대 그룹 재무구조 평가때 유동성 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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