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 이성규' 팬택사장직 2개월만에 삼성전자 복귀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03분


애니콜의 신화를 창조한 이성규씨(47)가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왔다.

이씨는 삼성전자에 연구임원(전무)으로 근무하면서 ‘애니콜’이라는 초우량 무선전화기를 만들어 내 이동통신산업에 새 지평을 연 인물이다. 모타로라 등이 장악해 오던 한국 시장을 국산으로 대체시키고 해외시장도 석권한 화려한 역사를 창조해 냈다.

그는 5월말 돌연 사표를 낸 뒤 ‘팬택’이라는 벤처기업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이적은 벤처의 위상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시장에서도 그의 변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씨는 그러나 이적한 지 불과 2개월만인 지난 주말 조용히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이적 배경을 두고 말이 많지만 자세한 내용은 그 만이 알 뿐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스타를 다시 되찾았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분위기이다. 회사에서 전액을 지원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1년간 유학을 보낼 예정이다. 이씨는 삼성전자 연구개발의 귀재로 불렸던 인물. ‘반도체에 진대제사장이 있다면 무선개발 부문엔 이성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그가 주도적 역할을 한 이동전화 ‘애니콜’은 국내시장 장악은 물론 세계적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씨의 승진은 파격적이었다.

삼성그룹에서는 드문 30대(38세) 이사 승진, 3년 뒤 상무 승진과 함께 600여명의 연구 인력을 이끌며 일약 무선개발의 총사령탑에 취임한 일. 다시 1년만에 전무로 올라서는 등 ‘광속’승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씨는 5월말 돌연 ‘벤처기업행’을 선택, 삼성 내부에 파문을 던졌다. 모토로라와 제휴, 이동전화 단말기 부문의 강자로 떠오른 팬택의 사장에 취임한 것.

삼성측은 이와 관련, 팬택을 부당 스카우트로 제소했고 양사의 논쟁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우수 인력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삼성측은 특히 그룹 고위 임원이 직접 팬택측에 항의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의 벤처행을 용인할 경우 우수 인력이 마구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줄다리기를 벌여온 삼성과 팬택은 이씨가 ‘복귀’를 결정함에 따라 공방전을 중단했다. 이 전무는 벤처기업이 자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일단 소속은 삼성전자로 하되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 대신 1년 뒤 이씨의 거취는 전적으로 이씨의 판단에 맡기기로 양측은 의견을 모았다.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각각 명분과 실리를 지키는 선에서 인력 스카우트 파동을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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