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땅 사주마" "싫다" 정부-현대 또 마찰

  • 입력 2000년 7월 21일 20시 01분


정부가 현대그룹의 서산간척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현대측은 즉각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 해소용으로 서산간척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현대가 또다시 마찰을 빚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 손정수(孫貞秀)농촌개발국장은 21일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 처리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건설의 서산간척지를 매입할 의사가 있다”면서 “서산간척지를 매입하면 농민들에게 다시 분양해 농사를 짓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입가격은 김포매립지를 매입할 때처럼 토지공사가 기업의 유휴토지매입방식을 적용해 공시지가의 66%선을 적용할 경우 2200억∼2300억원이 된다.

손국장은 “이같은 매입방침을 김성훈(金成勳)장관이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손국장은 “특정기업에 특혜가 돌아가는 토지용도변경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원칙은 동아그룹의 김포매립지에도 적용했으며 서산간척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가 추진해온 용도변경은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건설측은 이같은 정부의 매입의사 표시에 대해 “지금까지 서산간척지에 투자한 액수만 해도 6500억원에 달한다”면서 “정부에 매입요청을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낮아 전혀 팔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지에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있는 화훼단지나 생명공학단지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용도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최근 3123만평에 달하는 서산간척지 가운데 농지이용에 한계가 있는 B지구 1787만평을 용도변경해 개발하고 특히 이 중 600만평에는 복합위락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수묵·이병기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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