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협상 진통/막판 쟁점]'감원자제 보장각서' 대립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10분


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가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한 은행구조조정 및 예금보호한도확대 등 핵심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극적타결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또다시 결렬을 선언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노조에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재정경제부에서는 정부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협상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사후처리와 관련해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너무 많이 양보해 개혁적인 금융정책을 전혀 반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정부안을 다시 정리해 노조에 제시한 뒤 협상을 가질 것이므로 협상결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회사법〓금감위 김영재 대변인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은 정부의 하반기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대원칙이기 때문에 타협과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을 연기하거나 철회할 경우 은행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없고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추락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대신 은행강제합병 및 대규모 인원감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노조도 이러한 원칙에는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은행원의 일방적 강요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장각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당초 금융지주회사법 3년 연기를 요구한 것에서 한발 물러서 합의가능성은 남아있다.

▽관치금융 부실처리〓정부는 시중은행이 러시아에 제공한 경제협력차관 10억달러와 외환위기 당시 퇴출종금사 지원금 4조9000억원 지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경협차관은 러시아가 먼저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적인 소송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퇴출종금사 예금대지급분은 공적자금 64조원이 바닥난 상태여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이 자금은 은행이 당연히 받아야 할 자금인데다 구체적인 일정 및 재원조달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종금사 퇴출전 매입한 자발어음 4조원도 예금보호대상인데 정부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예금대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관치금융 특별법〓이 사안은 정부가 그동안 관치금융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만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조가 제시한 전술로 보인다.

정부와 노조는 채권기금펀드 10조원 조성 등 시장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중은행의 도움을 구할 때도 이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쪽으로 합의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금융감독규정에 구체화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예금보호한도 축소〓정부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없애기 위해 내년부터 예금보장한도를 원리금 기준 2000만원으로 축소할 예정이지만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조치는 결국 소규모 지방은행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한도를 확대하거나 시행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를 연기할 경우 예금자와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경부는 외환위기 당시 예금 100% 정부보장으로 공적자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에 이같은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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