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남북경협]재계, 대북사업 준비 박차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계기로 재계의 남북경협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재계는 원활한 대북사업을 위해서는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북한 내 사회기반시설(SOC) 구축 등 적지않은 과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북 첫날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보여준 파격적인 예우 등을 감안하면 과거 어느 때보다 사업여건이 좋아졌다며 대북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13일 논평을 통해 김대통령 방북을 환영하고 남북경협 활성화를 기대했다.

▽현대 삼성 LG 등 ‘빅3’의 움직임〓대북사업의 선두주자인 현대는 △서해안공단 부지선정 △금강산 종합개발사업 △금강산 철도(가칭) 건설 등 대규모 사업현안에 대비한 실무차원의 사업계획 검토를 마쳤다.

현대는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 △온천장 개장 △관광코스 추가 개방 △관광선 부산출항 등을 통해 사업규모를 키우면서 국내외 자본을 유치, 금강산 일대를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이 들어서는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총 2000만평 규모(예상)인 서해안 공단의 경우 우선 100만평 규모의 시범단지 조성사업부터 시작키로 하고 남포 해주 신의주 등을 대상으로 부지선정작업에 착수했다.

또 빠르면 상반기중 정주영(鄭周永)전현대명예회장의 고향인 통천에 경공업단지 건설을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상선은 북한 장전항 앞바다에서 숙식 등 ‘해상호텔’기능을 하는 유람선을 곧 띄울 예정.

삼성전자는 남포와 해주 일대에 수원전자단지와 비슷한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를 조성해 전자부품과 가전 정보통신기기를 조립생산,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삼성측은 북한과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10년간 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

또 북한에서 임가공으로 생산한 컬러TV와 전화기, 오디오제품을 지난달 국내로 반입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스피커 및 모니터 등을 북한에서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북한 내에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LG의 대북경협 창구격인 LG상사는 대북 경협에서 물류단지 확보가 필수적이라 보고 전자 및 화학분야 물류단지 건설계획을 추진중이다.

LG전자는 96년 평양 시내에 컬러TV 임가공공장을 설립, 올해 1만5000대의 북한산 TV를 반입하는데 이어 북한에서 부품을 생산, 조립하거나 북한측과 공동으로 합영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북한 삼천리 자전거와 나진 선봉지구에서 자전거 합영사업도 재추진할 방침.

▽다른 대기업 및 중소기업도 뛴다〓북한과의 합영회사인 남포공장을 가동해 온 대우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룹위기에 따른 대북사업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일그룹 계열 금강산국제그룹은 북한에 착공한 자동차조립공장이 완공되는 대로 이탈리아 피아트자동차를 생산할 예정. 또 삼홍사 캐드컴 등 10개 중소전자업체는 20일 평양을 방문, 북한 내 삼성 및 LG전자 TV 조립공장에 필요한 부품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통운은 속초항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시스템 구축 방안을 계획중이다.

제화업체인 엘칸토는 디자인과 소재, 장식 등을 북한에 지원,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통신은 북한 통신망 현대화 사업 참여의사를 북한측에 타진하고 남북통신협력 전담반도 구성키로 했다. 온세통신은 북한 내 유무선 통신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경협에서 과당경쟁 억제를 위해 개별 기업체들의 창구 역할을 하기로 하는 등 경협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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