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株總 '소액주주 본때' 보여줬다

  • 입력 2000년 5월 28일 21시 33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약화시킬 의도아래 27일 일제히 열린 24개 증권사의 주주총회는 예상대로 거친 항의로 시끄러웠다.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 데도 주가가 폭락하고 쥐꼬리배당에 그친 데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이익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등 평소 '주주무시'경영을 일삼던 증권사들은 소액주주들의 제동으로 주총진행에 진통을 겪었다. 그야말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던 것.

▽현대주총=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현금배당 2%(100원) 주식배당 7%'안에 반발, 30% 현금배당을 강력히 요구했다. 주주들은 또 "주주들이 원하지도 않는 대북사업과 현대투신 지원에 왜 그리 많은 돈을 퍼부었느냐"고 집중적으로 따졌다.

현대투신증권에서도 1월 고객을 대상으로 주당 6000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대해 주주들은 "회사가 이 지경인데도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증자참여를 유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주들은 "서민 돈들 받아 대기업주의 빚을 같는데 회사가 사용했다"며 "6000원짜리 주식이 600원이 돼도 좋으니 환금성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회를 거듭한 현대투신증권 주총은 주주들의 요구에 못이겨 유례없이 임원보수 집행내용을 공개.

▽즉석에서 배당금 더 받아내기도=대신증권에서는 소액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현금배당률을 회사측 안보다 5%포인트나 더 올렸다. 국민의례시간을 제외하고는 주주와 직원간의 고성과 몸싸움이 계속됐다. 회사측이 제시한 현금배당 95%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발표가 나왔을 대는 주주들의 항의가 극에 이르러 한동안 주총이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김승호사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소액주주 대표와 따로 만나 현금배당 5%포인트 인상(30%)과 자사주 매입 적극 검토에 합의했다.

▽낙하산 인사-부하직원들의 수뢰사건으로 물러났던 백원구 前증권감독원장이 LG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교보증권은 퇴출된 한남투신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정태석씨를 부사장에 영입했다.

신영증권과 종부증권은 송한준前금감원 조사1국장, 하정원前금감원 증권검사국 팀장을 각각 간사에, 현대증권은 강대화 前금감원 심의제재국장을 감사위원에 선임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다음달 3일 주총을 속개,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새 경영진을 선임하기로 했다.

<최영해·이철용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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