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증권사 일제 주총 '잔꾀']주주 '매운맛' 보여주세요

  • 입력 2000년 5월 26일 20시 08분


오늘은 증권사 주총일. 현대 삼성 대우 등 26개 증권사가 27일 거의 같은 시간에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들의 집중포화를 분산시키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연초에 비해 주가가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 회사가 수두룩한 데다 고율배당 약속도 헌신짝처럼 저버려 이날 주총은 예전처럼 일사천리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주총장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고율배당’ 식언(食言)〓증권사 사장단은 3월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에게 ‘고율 시가배당’을 약속했다. 주가가 2만원인 회사가 10%의 현금배당을 한다고 할 때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배당금은 주당 500원이지만 시가배당을 하면 배당금이 2000원.

배당금을 노린 투자자들의 ‘사자’주문에 힘입어 증권주는 한때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배당기준일(3월29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배당률을 계산해보면 현실은 이와 큰 차이가 있다.

아예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대우 굿모닝 SK증권을 빼고도 시가배당률이 10%에 못미치는 증권사가 8개사. 특히 현대 삼성 LG투자 대신 동원 등 대형사들의 시가배당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관리 책임〓증권사들은 지난 사업연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는데도 주가는 형편없는 수준. 그런데도 주가관리에 신경을 쓰는 곳은 극히 드물다. 최소한의 주가관리 방안인 자사주취득을 실시했거나,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증권사는 한화 신흥 신영 LG투자 일은증권 정도.

서울 메리츠 부국 하나 한빛 동양 등은 자사주 취득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나머지 대형사들은 ‘계획없음’이다. 주가를 경영의 성적표로 여기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임원 선임에도 적극 참여〓올 주총을 전후해 임기가 끝나는 임원은 대신증권 양회문부회장, 현대증권 홍완순부사장, 동원증권 김남구 부사장 등 줄잡아 50여명. 대부분 유임될 전망이지만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다. ‘낙하산 인사’가 많은 준법감시인과 감사의 자질도 꼼꼼히 챙기자.

특히 재벌그룹 증권사의 경우 계열사 자금지원 창구노릇을 하지 않았는지, 엄청난 이익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흔적은 없는지 살펴보고 심증이라도 가면 적극 문제삼아야 한다. 이밖에 인터넷 등 신규산업 진출이 효율적인지, 코스닥 등록 주간사업무를 하다 시장조성 등으로 손실을 입은 것은 없는지, 벤처기업에 과다하게 투자하지 않았는지 등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정경준·최영해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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