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해도 빚많으면 '퇴출'…"재무안정성 뜯어보라"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04분


새한그룹 주력사인 새한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으로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 상장사의 재무안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증시 침체기에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평소보다 차입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후에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영업을 잘하면서도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화의와 워크아웃 신청이 속출했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투자 대상기업의 차입금 현황을 챙겨보는 게 긴요하게 됐다.

▽순차입금은 감소 추세〓한양증권이 관리종목을 제외한 증권거래소의 12월 결산 법인 480개사의 작년말 현재 순차입금을 합산한 결과 192조31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98년의 순차입금 총액 217조8224억원에 비해 12% 가까이 감소한 것.

기업별 평균 순차입금은 98년 4538억원에서 작년 4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평균 매출액은 상장사들이 장사를 잘해 98년 9196억원에서 99년 9574억원으로 4% 늘었다.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차입금―금융자산) 비율은 98년 49%에서 작년 41%로 8%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 개별 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동양시멘트 135% △현대전자 136% △유화 252% △쌍용양회공업 274% 등으로 높았다.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통상 수치가 낮을수록 양호하다.

▽금융자산이 많아도 문제〓일부 기업은 빌린 돈보다 보유한 금융자산이 더 많아 작년말 현재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급박한 상황이 닥쳐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이 너무 많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이자수입을 얻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각 부문에 활발하게 투자해 영업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양증권 유영국 연구원은 “새한은 작년말 현재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88%였는데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매출액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50% 미만이어야 안정적인 기업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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