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경제과제]"금융개혁 마무리…인플레 대비를"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22분


총선 이후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금융 및 기업개혁의 조속한 완결과 인플레에 대한 대비로 요약한다.

미국 주가의 급락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 등 국내 경제를 교란할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선거변수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경제운용 여건이 한결 나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구조조정 청사진 제시해야〓더 이상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공법으로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왕윤종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정부는 개혁의 지연을 막연히 야당이나 이해집단의 반발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구조개혁 과제와 필요성, 구체적인 추진일정 등이 담긴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연구위원은 “금융개혁의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는 바람에 시장의 불안감만 증폭되는 실정”이라며 “물가가 안정된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연구위원은 “금융개혁은 기존 부실을 털어내는 데 그치지 말고 새로운 수익성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공적자금 조성에 매달리기보다는 금융지주회사 도입 등을 통해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불안에도 대비를〓올 1·4분기(1∼3월) 중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오르는데 그쳤지만 인플레 압력이 없는 것으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올해는 버스요금 의보수가 등 공공성격의 요금 인상이 상당부분 총선 이후로 미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홍익대 경제학과 박원암교수도 “경제성장률이 예상외로 높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상반기 중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금리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왕윤종실장과 오문석연구위원 등은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섰고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물가하락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인플레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

▽국제수지 목표달성 불투명〓거시경제는 호조가 이어지겠지만 국제수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왕실장은 “경제성장률이 8%를 웃돌고 물가 상승률은 2.5%선을 유지해 정부 목표치를 충족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최소 80억∼90억달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금덕 환은경제연구소 동향분석팀장은 거시경제의 안정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하반기에 시장금리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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