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 이렇게…" 물밑 움직임 활발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시중은행들은 연내 은행합병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총선 이후에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고 수면아래서 은밀하게 합병방식과 합병파트너 등의 다각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있다.

은행들은 현재 우량은행간의 합병,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선합병, 독자생존 등 크게 3가지 생존전략을 모색중이며 일부 은행장은 구체적인 은행을 타깃으로 정하고 합병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

▽“국민-주택 합병이 가장 이상적”〓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같은 소매금융에 강점을 갖고있는 국민 주택은행 합병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일반가계대출, 카드사업, 주택담보대출 등이 소매금융의 3대 중요요소라고 볼 때 양 은행간 합병의 시너지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은행이 98년 동남은행 인수시 이 은행직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반면 국민은행은 대동은행 인수 후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바람에 합병시 국민은행측의 출혈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실제 주택은행 김행장은 “이상적인 것과 현실은 다르다”며 “김상훈행장 취임때 보듯이 노조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이며 현재로서 정부의 의중도 파악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김상훈(金商勳)행장은 아직은 좀 더 두고보자는 입장.

김행장은 지난달말 취임때 “이미 장기신용은행과 합병을 했기 때문에 기업금융의 노하우는 갖고있다”며 소매금융 특화은행과 합병쪽에 좀더 무게를 두는 듯했으나 최근 “취임하기 전 실무진에서 마련한 방안도 들어보겠다”고 밝혀 다소 후퇴하는 분위기.

이와관련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소매금융은 탄탄하기 때문에 기업금융쪽에서 수혈을 하자는 것이 실무진의 검토결과”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등 일부 기업금융 특화은행과의 국민은행의 합병설이 은행권에서 떠도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 끼리 합병〓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 위성복(魏聖復)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금융지주회사에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을 넘겨 자회사 형태로 만든 뒤에 시간을 갖고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도 공적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하기위해 유력하게 검토중인 방안.

위행장은 “이는 일본식합병모델로 자회사 형태로 만들면 각 은행에서 유사부문을 일단 통합한 뒤 다른 은행에 분리 매각하는데도 훨씬 유리하다”며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과 소유지분한도 문제 등 해결해야할 점이 많아 연내 가시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은행 김진만(金振晩)행장도 “연내 합병이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17개 일반은행 중 10개 정도만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길을 가련다〓독자생존파로는 신한 하나은행이 꼽히고 있다.

신한은행 이인호(李仁鎬)행장은 최근 “전략적제휴 등을 통해 2002년까지 자체 역량을 강화한 뒤 2003년경에 가서야 우월한 입장에서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猷)행장도 “3월 알리안츠의 지분을 끌어들인 것은 자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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