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후계구도 확정]승자와 패자 이모저모

  • 입력 2000년 3월 25일 01시 34분


현대그룹 후계구도가 사실상 정몽헌회장 체제로 급변한 24일. ‘승자’인 정몽헌회장과 ‘패자’인 정몽구회장 두 당사자는 물론 양측 핵심인사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번 수습대책이 몰고 올 파장을 검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동아일보 경제부 취재결과 몽헌 몽구회장은 물론 양측 핵심인사들 대부분은 이날 밤 늦게까지도 자신들의 집에 들어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몽헌회장은 이날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그룹내 고위 측근인사들과 함께 ‘승리의 축배’를 들면서 이번 인사파문으로 다소 흐트러진 현대의 조기 경영정상화방안을 협의한 뒤 밤11시반경 귀가했다. 만취에 가까운 상태에서 귀가한 정회장은 집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오늘 정주영명예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물어도 아무런 말 없이 손을 내저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그동안 기세를 올렸던 정몽구회장측 인사들은 뜻밖의 반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임원들은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의 발표 직후 “정몽헌회장이 정주영명예회장을 만나 15분에 뒤집어지는 인사라면 언제라도 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한 임원은 휴대전화까지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채 황급히 사무실을 떠나 어디론가 향했다.

일부 인사들은 밤늦게까지 통음하며 울분을 터뜨리고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현대직원들도 이날 밤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고 사무실이나 회사주변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현대호’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구조조정본부 L부사장은 “어쨌든 이 정도에서 이번 파문이 가라앉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부터는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기·박중현·홍석민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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