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경이적 순매수 분석]'반도체 호재' 끝나면 '썰물'될까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외국인은 지난주말 이틀동안 무려 1조4817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이에 놀란 증권가에는 갖가지 소문이 돌았다. ‘외국투자자들이 뭔가 시그널을 포착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런데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이 말하는 ‘시그널’은 의외로 싱겁다. 누구나 알고있는 D램 가격의 바닥 탈출과 국내 반도체회사 주가의 과소평가가 그것. 여기에 2월 무역수지가 예상외로 흑자로 나오고 엔화환율이 107엔대로 떨어지는 등의 거시경제 여건이 외국인의 매수강도를 키웠다는 해석이다.

▼삼성-현대전자에 83% 집중투자▼

▽무엇을 왜 샀나〓2,3일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전자와 우량금융주, 정보통신핵심주 등. 이중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사는데만 전체 순매수대금의 83.2%인 1조2323억원을 들였다. 외국인이 두 종목을 매집한 이유는 2월 25일 4달러대까지 내려갔던 D램 가격이 1일 6.47달러로 급등,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반도체회사들의 주가가 치솟았기 때문.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DR 가격이 국내주가보다 15∼30% 가량 높게 형성되면서 DR을 팔고 원주를 매입하는 방식의 차익거래 수요까지 가세했다.

이에따라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외국증권사들이 두 종목을 매수추천하면서 2일 매수 러시가 인 것. 한 외국증권사 영업부장은 “국내에 이미 들어와있는 뮤추얼펀드 이외에 치고빠지기에 능한 단타세력도 일부 유입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상승주도" 판단은 성급▼

▽전망〓이번의 ‘반도체주 러시’를 국내증시 전체에 대한 외국인의 관점 변화나 추세 전환의 계기 모색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 한 유럽계증권사 투자전략가는 “외국인은 대체로 거래소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과도한 편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가격이 맞는대로 코스닥 우량주의 편입을 서서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말의 장세를 떠받쳤던 증시주변 여건도 변화하고 있다. 주가 만큼이나 종잡기 어렵다는 D램 가격은 지난달 29일 이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3일 이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굿모닝증권 구본준연구위원은 “D램 가격은 시장여건상 내년까지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며 최근 D램 가격상승은 1,2월의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반등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월 무역수지 8억달러 흑자는 ‘밀어내기 수출’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있고 엔화환율의 향방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기관의 유동성 갈증을 다소 풀어줬으나 증시 수급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이 때이른 상승랠리를 주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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