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팔자'원인…원化강세로 투자심리 위축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가 심상치않다. 외국인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지난 14일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16일까지 3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기관투자가 개인 등 시장의 매수세력이 코스닥시장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하락장의 버팀목이었던 외국인들 마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거래소시장의 수급은 완전히 꼬인 상황이 돼버렸다.

▽외국인들의 최근 매매동향〓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14일 355억원 △15일 1847억원 △16일 100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지난 7부터 11일까지 8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던데서 갑작스럽게 순매도로 급반전한 셈.

특히 지난 15일엔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신규 매도포지션을 취하는 등 선물 현물시장에서 동시에 매도일변도의 공세를 펼쳐 지수 낙폭을 크게 했다. 16일엔 장중 급등락이 펼쳐지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한때 30포인트 이상 지수가 급락하기도 했다.

▽외국인들 왜 파나〓최근 외국인 매도세 반전을 차익실현 등 ‘일과성’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외국인 매도 주세력은 작년말 이후 국내 증시로 유입됐던 헷지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증권가의 분석. 거래소시장이 급등락하면서 추가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게 되자 한국물을 팔고 대만등 다른 아시아권으로 투자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최근 일본 엔화대비 원화환율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김승익투자전략팀장은 “엔화가치가 약세로 반전되면서 100엔당 원화환율이 1000원대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강세는 국내 주력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MF이후 지난 2월까지 원-엔환율이 월평균 1000원 이상을 유지했을 때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강화된 반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때는 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미래에셋 이병익 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도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포철 등 일부 종목에서 로스-컷(주가가 일정폭 이상 하락하면 자동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 종목의 해외 DR(주식예탁증서)값이 저평가된 점도 국내 원주를 매도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 진정될까〓향후 엔화환율 추이 등 환율변수가 외국인 순매도 지속여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올들어 외국인들의 주식매수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던 것은 국내 증시의 상승가능성을 높게 본 점도 있지만 원화강세에 따른 환차익도 염두에 둔게 사실.

그런데 원화강세로 수출차질을 우려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환율상승을 유도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엔화약세로 원-엔환율이 1000원에 근접하거나 밑으로 떨어질 경우 외국인 순매도 강도는 더욱 세질 수 있다고 것.

증권전문가들은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금리하락기조가 정착되는 등 획기적인 모멘텀이 나타나지 없는한 지난 1월과 같은 강도 높은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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