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김따라 춤추는 株價…실적-내재가치와 무관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상승하고,외국인이 팔면 기업 내재가치와 상관없이 주가는 떨어지고….’

투신사사들이 환매부담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동안 외국인들은 줄기차게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 거래소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이 그나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의 ‘바이 코스닥’열풍 때문.

따라서 외국인 장세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차별화(거래소와 코스닥,성장주와 주변주)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내재가치와 무관▼

▽외국인 입질에 좌우되는 주가〓주택은행의 최근 주가추이는 외국인들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택은행은 최근 금융불안기를 틈타 ‘국내 은행 주가 1위,국내 은행 당기순이익(99회계년도) 1위,유러머니 선정 한국 최우수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가는 지난 2일 이후 7일 연속 하락중이다. 주총을 앞두고 주택은행의 ‘차별화된 실적’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상승은 커녕 거꾸로 3만원대의 주가가 붕괴된데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반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1월말 현재 지분 66%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이달들어 지난 11일까지 1.65%,160만주를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한전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신세계 등 외국인 지분율이 20% 이상에 달하는 종목의 약세도 같은 맥락(외국인 순매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증권 여인택 선임연구원은 “미래산업 제일기획 등은 불과 8일만에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를 수반하면서 2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며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높은 종목일 수록 외국인이 ‘팔고 사느냐’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세 거래소 반등가능성"▼

▽외국인 순매수와 지수동향〓작년 10월 이후 종합지수 추이는 외국인들의 매매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늘기 시작한 작년 10월이후 종합지수는 하방경직성을 보이다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 작년 11월의 순매수 기조는 국내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밑거름이 됐다.

외국인들은 올들어서도 지난 1월 1조1888억원,이달들어 지난 11일까지 6535억원을 순매수한 상태.

증권전문가들은 이와관련,“짧게는 2주,길게는 한달여의 시차를 두고 지수에 반영되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감안할 때 최근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거래소시장도 조만간 반등의 가능성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매패턴 단기화 추세▼

▽시장주도주는 외국인 선호종목〓외국인 순매수종목군에는 최근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 정보통신 관련주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미국 증시의 나스닥 강세현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업종대표주들이 시장주도주로 부상하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들의 매매패턴도 최근 단기화화는 추세”라며 외국인 매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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