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전문경영인 영입 바람]경영도 모험?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일부 벤처기업이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경영실험’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사업 다각화와 기업규모 확대 등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한편에선 “대기업 경영체질이 도전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벤처문화와 상충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벤처기업은 네트워크전문업체인 콤텍시스템과 이동전화제조업체인 팬택. 콤텍은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을 회장으로, 팬택은 LG그룹의 정보통신 핵심임원이었던 박정대씨를 사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 '대기업 노하우' 기대 ▼

신회장은 콤텍뿐만 아니라 최근 설립된 창업투자회사 알파인기술투자에 대한 경영자문과 해외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 콤텍 관계자는 “콤텍이 종합정보통신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한국은행 부총재 및 금융결제원장 등을 지낸 신회장의 ‘큰 경영’ 노하우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팬택도 신임 박사장에게 경영의 실질적인 ‘지휘권’을 맡겨 도약을 꾀한다는 계획. 팬택측은 “박사장이 전문경영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만큼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인 인터파크도 지난해 영입한 유종리사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에 나서고 있다. 데이콤 전략기획본부장(이사급)을 지낸 유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매출목표를 작년 100억원 수준에서 금년 1000억원 규모로 대폭 높여 잡고 미국 중국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처럼 벤처기업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은 일정규모 이상으로 커진 벤처기업이 새 사업 추진과 조직관리를 위해 큰 조직을 운용해본 경험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

그러나 이들 전문경영인은 벤처기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 "벤처정신 상충" 반응도 ▼

핸디소프트 안영경사장은 “대기업은 사고의 유연성이나 경영의 창의성이 벤처기업에 비해 뒤떨어질 수 있다”면서 “따라서 대기업에 오래 몸담았던 전문경영인들이 벤처기업에서도 충분한 경영능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사장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전문기술자를 영입하기는 하지만 경영책임자를 외부에서 데려오지는 않는다”면서 “이는 기업 규모가 커지더라도 벤처정신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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