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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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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극 의상 차림의 모델들이 경극 특유의 어투로 한 판 ‘맛의 승부’를 벌인다. “오 감자 오늘끝장” “용기가상 어림반푼” “감자둘둘 구멍송송”…. 한 판 대결은 싸움을 걸어온 측이 “천하진미 패배인정” “오 감자 전성시대”(사진 위)를 외치며 끝난다.
코믹하게 연출된 이 과자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은 속으로 ‘아∼ 저 장면∼’을 외친다. 영화 ‘패왕별희’가 곧바로 연상되기 때문.
요즘 영화계는 20대가 먹여 살린다. 일반 제품의 소비가 가장 활발한 계층도 20대. 자연히 광고업계는 영화를 광고에 적절히 활용하곤 한다. 최근 들어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 “요즘 광고판은 온통 영화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업체 드림라인은 영화 ‘매트릭스’를 이용해 재미를 보고 있다. 주인공이 추격자들에 쫓겨 벽을 타고 달리다 드림라인의 초고속 접속망을 이용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내용. 영화 자체가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드림라인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드림라인측은 자평. LG 디오스냉장고의 최근 광고는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서 거위들이 줄을 지어 비행하는 장면을 인용했다. 긴 비행 끝에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찾은 강가에 LG디오스 냉장고가 있지만 너무 조용해 수면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
휴대폰 국제전화 ‘00700’ 광고(사진 아래)는 패러디 수준을 넘어 아예 영화 장면을 그대로 광고에 옮겨놓은 경우. 최신작 ‘007 언리미티드’를 편집해 사용했다. 제작진은 “영화 주인공 007과 제품명 00700의 이름이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판단에 따라 영화사측과 공동 마케팅 차원에서 제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화면의 위 아래를 검게 처리하는 시네마스코프식 광고도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 패러디 광고는 N세대들에게 특히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